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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Nov 28. 2019

하지마! 싫어! 자동출력 AI와 함께 지내는 법

딸기

할머니한테 버릇없이 굴 때 딱 내가 쳐다보면서 말도 끝내기 전에

"하지마!" or "싫어!"가 자동출력됨.

아무리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해도 소용없음.  

자기한테 조금이라도 싫은소리 하면 바로 입에서 하지마, 싫어 소리가 튀어나옴.


잔소리 감지하는 센서가 있는 것이 분명함.


아직까진 귀여워서 웃는데 커서도 계속 이럴 것 같진 않음.


아직은 애기라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이것도 계속 연습해나아가야 하는 거임.


인형놀이 시간에 상대방 기분과 입장을 생각해보는 식의 상황극을 많이 해보는데, 그 때 다른 친구가 혼나는 상황을 많이 재현해달라고 함. 그렇게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는 것 같음.


어쨌든 놀이시간에 하는 인형극에서도 항상 끝은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함.


하지만 여전히 연두는 혼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음.
하긴 어느 누가 혼나는 것에 익숙할까 싶기도 함.
말로 혼나는 것도 일단 듣기 싫은게 인지상정이지.


그래도 할머니, 엄마, 아빠를 마치 하인 부리듯 하는 태도는 보이는 족족 계속 혼낼 거임.
연두한테도 연두가 하는 어떤 행동들은 아빠가 기분 나쁘고 싫다고 말해주고 있음.


물론 돌아오는 건 주로 연두의 울음.
안쓰럽기도 한데 그래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야 함.
.
.
.


그런데 확실히 내가 혼낼 때 표정을 우연히 거울로 봤는데 평소와 달리 인상이 굳으니까 무서워보이긴 했음.


워낙 자주 웃어서 그렇지 웃지 않을 때는 눈과 마음에 칼이 있어서 마냥 부드러운 인상은 아님.


그 서늘하고 날카로운 기운이 나올 때 연두가 싫어하는 것 같음.


그래서 오늘은 등원길에 좀 유머러스하게 연두의 '싫어!'를 겨울왕국 2의 주제가 'In to the unknown'의 멜로디에 실어 패러디했더니 연두의 마음이 풀려서 마지막엔 화해하고 하이파이브하면서 헤어짐.


귀여운 녀석이지만 어린시절의 나와는 달리 무서운게 없어서인지 안하무인일 때가 있어 커가면서 조금씩 혼을 내는 일이 생기고 있음.


연두도 나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임.


연두야, 아빠가 네가 밉고 싫어서 그런게 아니란거 알지?
이따 퇴근하고 이야기하면서 재미있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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