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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Apr 05. 2020

연두와 함께 비선대를 오르다.

춘래불사춘의 끝

연두를 키우면서 몇 가지 양육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오늘 설악산 비선대에 함께 오르면서 그동안의 원칙이 훌륭하게 작동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1. 위험을 스스로 감수하기
다섯살 연두가 이제 제법 크고 높은  바위도 잘 오른다. 어른들이 놀랄 정도로 높은 곳에 서서도 의연하다. 자신이 감당하겠다 싶은 수준의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는 연두다.

2. 힘들 땐 도움을 요청하기
왕복 6km의 길에서 절반 이상은 스스로의 힘으로 걸었다. 아빠의 어깨를 빌리다가도 에너지가 회복되면 다시 내려와 스스로 걷는다. 언제 어디서든 힘들면 도움을 청하고 힘이 나면 다시 스스로 해매는 연두다.

3.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해보기.
오늘 비선대를 목표로 잡고 걸어가는 동안 연두는 힘들지언정 가기 싫다고 떼를 쓰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목표를 세우면 힘들어도 끝까지 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중인 연두가 기특하다.

4.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연두에게 주고 싶은 가장 큰 선물은 건강한 몸이다. 날이 따뜻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퇴근 후에도 항상 놀이터나 집앞에서 함께 뛰어 놀았다. 코로나 속에서도 마스크 끼고 나가서 함께 놀았다.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바르게 자란다.
나는 연두가 공부보다 운동을 더 잘하길 바란다.
몸쓰는 법이 먼저다.

오늘 연두는 왕복 6km 코스를 소화했다.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어쨌든 태어난 이후로 가장 긴 길을 걸었다.

연두는 지금 코 자고 있다.
내일 어쩌면 다리가 아플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할머니랑 산책을 갈 것이다.
고라니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언젠가 연두랑 대청봉까지 올라갈 날도 올 것이다.
그 때가 기대된다.

오늘은 날도 좋고 공기도 좋고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가 다 좋았다.

오랜만에 찾은 설악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어려서 엄마 아빠 여동생과 즐겨 찾던 이 곳을 이제 연두와 함께 오는구나.

어린 시절 엄마 아빠 손을 붙잡고 걸었던 그때와 오늘이 겹쳐졌다.

춘래불사춘.

그동안 내 마음에 봄이 오지 않았는데,
오늘 드디어 봄이 왔다.
연두색 계절이 온 것이다.

내려오며 사철가를 불렀다.

"이산저산 꽃이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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