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단상

by 오세준

초딩 때부터 전교조 지지자였다.

당시는 교실에서의 체벌과 인격모독이 디폴트였고 성적비관으로 인한 자살이 매번 기사화되던 시대였다.

촌지는 통과의례 수준이었고.

그런 현실이 싫었다.

어리지만 알 것 다 알았다.

때리고 맞고 죽는 곳은 교실이 아니라 감옥이라 불러야 마땅했다.

그래서 해직교사 후원을 위해 참교육 로고 새겨진 옷입고 양말 신고 노트 쓰고 연극도 보러가고 영화도 보고 그랬다.

물론 당시 어머니가 안산 지역 참교육 학부모회 회장이기도 했다.

당시 내가 포장한 참교육 굿즈가 꽤 된다. ㅋㅋ

그러던 어느날 영화에서 본 장면 하나.

그 이후로 평생 잊혀지지 않았다.

극중 한 선생님이(나중에 짤림) 칠판에 L자로 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세 개를 써서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사랑 Love
자유 Liberty
그리고 노동 Labor

영화의 이름은 '닫힌 교문을 열며'였다.

나는 노동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그런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지만 행운은 나를 비켜갔다.

내가 만난 최고의 선생님은 그저 괜찮은 어른 정도의 수준이 전부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처럼, 닫힌 교문을 열며의 해직 교사처럼 아이처럼 빛나는 가르치는 기쁨과 열정에 취해 학생들을 감화시키는 존재는 내 주변에 없었다.

나는 정말로 인격적으로 존경할만한 스승을 만나고 싶었지만 그게 참으로 귀한 인연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가장 학생들을 사랑하고 촌지와 체벌을 거부하고 교실을 행복한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려 했던 전교조 교사들을 진심으로 지지했다.

오늘은 스승의 날.

전교조의 해직 교사들은 그 당시 나의 스승들이었다.

그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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