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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Feb 19. 2021

스포츠 폭력 근절, 군대에 답이 있다

벤치마킹 추천합니다


스포츠 폭력의 해결을 위해 엘리트 체육계가 군대를 벤치마킹하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진심어린 조언이다. 


직접 겪어본 바, 군은 온갖 종류의 창의적인 구타/가혹행위의 근절을 위해 '명령' 수준의 조치를 취했고 이는 분명 유효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2003년 어느 날 병영 내 공기가 바뀐 순간이 있었다.


바로 '병영생활 행동강령'의 도입!



병영생활 행동강령

첫째,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
둘째,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및 가혹행위를 금지한다.
셋째, 폭언, 욕설, 인격모독 등 일체의 언어폭력을 금지한다.
넷째, 언어적·신체적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군기위반 행위를 금지한다.



당시 운천에서 전차병으로 근무 중이었던 나는 그 변화를 온 몸으로 겪었다. 


문자 그대로의, Culture shock.


당시 상병, 병장급들의 비아냥거림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ㅅㅂ 이게 군대냐?"


"앞으로 군생활 ㅈ같이 지겠네?"


"니들은 좋겠다?"


"야, 이것도 신고해봐 ㅅㅂ"


바뀐 강령이 주는 충격은 컸다. 


그리고, 그 이후 내가 군에 있는 동안 약 50명 가까이 모인 중대에서(전차 부대라 중대 인원이 적음) 두 놈이 영창 갔고 한 놈은 후임 성추행으로 제대 후에 불려와서 사과했다. 


군 생활은 전혀 ㅈ같아 지지 않았다. 


바뀐 강령은 선임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던 후임에게 신고할 용기를 주었고 그 선임은 이후 같은 짓을 저지르지 못했다(물론 계속 ㅅㅂㅅㅂ 거리긴 했지만...). 


병영생활 행동강령에 준하는 스포츠폭력 근절법 만들고, 이를 어기는 자들에게는 곡소리 날 정도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어느 정도의 곡소리가 적당한가?


국방부의 느슨하고 전혀 치밀하지 못한 방침으로 인해, 여전히 수많은 장병들은 수감되고 있다. 자의적 규정적용에 대한 구체적 감사를 촉구한다.

출처 : [필진] 병사들 옥죄는 병영생활행동강령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무려 진보적인 신문 한겨레의 필진이 2006년에 '병사들 옥죄는 병영생활행동강령'이라는 글을 썼을 정도의 곡소리가 딱 적당하다고 하겠다. 


병영생활 행동강령 도입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고, 온갖 사건 사고와 그에 따른 조치들이 취해지고 나서야 겨우 '요즘 군대는 구타/가혹행위는 거의 없지'라는 평가가 가능해졌다. 


스포츠 폭력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위한 초강력 조치를 취하고 나서도 최소 10년은 유지 및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여전히 폭력은 이어질 것이다. 


그때마다 군대가 해왔던 것처럼, 기계적으로 가혹하게 무자비하게 처벌을 하고 불이익을 줘야 변한다. 


집단의 폐쇄성과 폭력성은 비례한다. 


군대 내에서도 구타/가혹행위의 사각지대로 가장 끝까지 남은게 해병대였고 그 해병대보다 더 심한게 엘리트 체육계다. 


해병대도 결국 윗대가리가 짤리고 나서야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엘리트 체육계도 마찬가지. 


이번 기회에 윗선은 다 날려야 한다. 


책임을 물어야 재발이 없다. 


그리고 그 근거는 '병영생활 행동강령' 정도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수준의 법령으로 마련해야 한다. 


180석을 지닌 더불어 민주당에게 이를 기대하는 바이다(국짐당에서 "아니, 그럼 우리나라 금메달은 누가 따라는 말입니까?"라는 반문이 나올 정도의 입법이 적당하다).




*뱀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2003년에 도입한 이가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라 쓰고 박근혜 공주 시절 국정원장이라고 읽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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