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집=아파트
공급 타령하는 공무새들은 오늘도 우직하게 우짖노니,
집이 아파트고 아파트가 집이고 홈스윗홈이로다.
엘베있고 신축있고 1가구 1주차장에 역세권이어도
빌라는 집(아파트) 카스트의 밖, 불가촉천민이로구나.
아파트 반값, 반에반값, 반에반에반값, 반에반에반에반값,
오늘도 빌라는 집이 아니니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으니
어즈버, 여기가 태평성대인가?
아파트 지어달라 아파트 살겠노라 아파트만 집이노라
2021년 대한민국, 서울 시민들은 오늘도 아파트꿈을 꿈다.
집, 아니 아파트를 백만채 짓고 또 지어서
마침내 천만 시민 모두가 아파트에 사는 꿈의 도시 서울.
자이푸르지오래미안이편한세상힐스테이트롯데캐슬더샵의 자랑스러운 공중정원, 바벨탑의 도시에 사는,
22세기의 어느 Seoulite이 VR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 서울구경을 마치고 페이스북에 남긴 글 하나,
'21세기 서울 사람들 다수가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사는걸보니 참 가슴이 아팠다. 근데 그 5층도 안되는 코딱지만한 건물 이름이 뭐였다라?'
그 밑에 댓글로 답이 달리더라.
'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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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아파트=집,
공급=아파트 짓기,
집 못산다=아파트 못 산다.
서울시에서도 여전히 절반 가까이는 아파트(집)이 아닌,
집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미지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논하면서
다들 여전히 적당한 직업과 저축과 대출의 조합이면,
대중교통 접근성 좋고, 엘베 있고,
둘 혹은 셋이 살기에 사이즈 적당하고
주차도 가능하고 치안도 나쁘지 않은 주거 공간,
구축 혹은 신축 빌라가 아파트 반값 혹은 그 이하에 잔뜩 지어져있는데, 그건 한사코 언급 안하더라.
이쯤되니 부부가 각자 중소기업에 다니며 신혼부부 대출로 빌라를 산 우리는, 혹은 서울시민의 나머지 절반은
그 어느 곳에서도 거론되지 않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
사람들의 욕망은 시선은 꿈은 오직 아파트를 향해 있다.
하지만 어린시절 내 악몽의 무대는 바로 껌뻑이는 붉은 숫자와 함께 오르내리는 엘레베이터와 차가운 복도, 발이 땅에 닿지 않은, 무정한 거인에 포위당한 그곳,
아파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