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33. 16-05-26
덕분이는 딸이다
덕분이는 여자다
But,
덕분이는 딸이 아니다
덕분이는 여자가 아니다
뭔 소리냐구?
덕분이는 딸이다. 나와 유마니의 사랑의 결과로 세상에 나온 아이고, 성별은 여자다. 생물학적으로 그러하다.
하지만 덕분이는 딸이 아니다. 여자가 아니다. 세상이 말하는 딸로, 당신들이 떠들어대는 여자의 모습으로 키우지 않을 거다.
덕분이는 딸이면서 아들이고 여자이면서 남자이다.
딸처럼 예쁘고 아들처럼 듬직하며,
여자처럼 신중하고 남자처럼 과감하다.
아이를 젠더의 새장에 가두고 싶지 않다. 세상이 말하는 딸과 아들의 모습들, 사람들이 규정지은 남자와 여자의 특성, 이 모든 것을 덕분이는 두 날개에 담고 있다. 그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돕고 싶다.
덕분이가 남자아이들보다 더 축구를 좋아하고 다치는 것에도 굴하지 않고 그것을 즐긴다면, 그것은 여자답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냥 덕분이다운것이다.
덕분이가 딸이 아니라 아들처럼 애교가 없고 무뚝뚝하다면, 그것도 좋다. 그것도 덕분이 다운 것이라면 OK.
덕분이가 심지어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좋다해도 OK. 그것이 사랑이라면 OK다.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사랑하지 못할 것은 없다.
내가 진정 걱정하는 것은 사랑스러운 우리 덕분이가 딸답지 못할까봐, 여자답지 못할까봐가 아니다. 그런 것은 아웃.오브.안중. 진정 염려하는 것은 덕분이가 덕분이답지 못한 것이다. 덕분이가 주변 사람들과 세상의 압력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잃어갈까봐 두렵다. 하지만 요즘 덕분이의 모습을 보니 그런 걱정이 사라진다.
덕분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다. 이 아이는 타고난 전사다!
따뜻한 품에서 벗어나 차가운 바닥에 누울 때 지체없이 몸을 꿈틀거리며 온몸으로 울부짖는다. 응애!
그렇게 표현할줄 아는 아이이니, 아마 누군가 자신을 젠더라는 틀로 구속하려 들 떄도 가만히 잊지 않을 것이다. ㅎㅎㅎ
나는 대략 25년을 '남자'라는 감옥에서 살았고 그 감옥에서 빠져나온지 이제 겨우 10년이다. 아직 수감생활의 흔적이 몸과 마음 곳곳에 남아 있는 어찌보면 집행유예자의 신분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 덕분이는 다르다. 아직 감옥 밖에 있고, 앞으로도 수감되지 않을 것이다. 단, 예외는 있을 것이다.
여전히 감옥에 갇혀, 그 속에서 아이를 낳아 그 안에 또 다른 감옥을 만들어 가둬 놓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 그리고 그보다 더 불쌍한 감옥 속의 딸과 아들들. 이들을 꺼내기 위해 나와 덕분이는 어쩌면 기꺼이 감옥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감옥에서 나오기 전까진 아직은 완전한 쇼생크탈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젠더라는 감옥에서 탈출한 것이 아니라 아예 그 감옥이 없는 세상이 진짜 자유로운 세계이리라.
창세기를 흉내내본다. 빛이 있으라 하면 빛이 생겨나니 나도 따라한다.
70억 인류에게, 70억 젠더가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