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혈액을 가져온 간호가가 빠르게 뛰어왔다. 강철의 생각에는 간호사가 가져온 혈액 3팩으로는 부족해 보였지만, 일단은 이렇게라도 확보를 해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압박은 형석이가 해줘.”
형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강철은 상상을 초월한 집중상태였다.
“제발, 제발!”
형석은 내부 압박을 하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출혈 부위 찾았어요!”
“잘했어. 봉합 부탁해!”
형석은 강철의 지시에 따라 바로 봉합을 시작했다. 출혈을 일단 막아야 했다. 봉합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내는 형석이었다.
“형석아, 너 실력 늘었다.”
“뭘요. 이 정도야.”
강철은 위기를 넘기고 웃음을 되찾았다.
“혈장 드려요?”
이미 수차례 호흡을 맞춰본 간호사는 강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네. 안세프도 넣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는 덧붙여 강철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에스포레소가 진짜 커피라고요. 아메리카노는 그냥 물 탄 커피라니까.”
형석이 제법 능숙한 솜씨로 봉합을 제대로 마쳤다.
그런데 의외로 상황이 좋아지질 않았다.
“다시 심실세동입니다! 하반신 맥박은 괜찮긴 한데.”
아아, 이런! 충격기는 다시 충전되었다.
“클리어! 비켜요.”
일단 최우선으로 심장을 살려야 한다. 강철은 심장 충격기를 다시 한번 작동시켰다. 두 의사는 어떻게든 환자를 안정적인 상태로 되돌려야 했다.
“한 번 더!”
충격기가 두 번이나 더 충전되었다.
강철은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리며 자신의 손이 신의 기운으로 가득 차기를 원했다.
“리듬 회복입니다. 혈압 80으로 돌아왔어요.”
수축기 기준으로 괜찮은 수치였다. 다행이었다. 강철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 이제 아무래도 바로 외과 수술실로 올라가는 게 좋겠어요. 수술실 열렸죠?”
드디어 고비를 넘겼다. 강철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나 최선을 다 했던 거 맞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 최선은 다행히도 결과가 괜찮았다.
강철은 늦은 저녁에야 지하 식당에 들렀다. 오늘의 첫 번째 식사였다. 식당 옆에 문을 연 편의점에서 그는 캔 커피를 골랐다. 그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에스프레소는 갓 따뜻하게 뽑았을 때만 먹는 ‘특별한 의식’의 음료라고 강철은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응급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안에는 회복실로 옮겨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침에 별다방에서 만났던 그 남자 환자였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의식을 되찾은 환자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강철을 발견했다. 강철을 알아본 환자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저야말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말입니다.”
“네?”
“커피는 누가 뭐래도 역시 에스프레소입니다.”
“하하하. 제가 언제 한 번 꼭 커피를 사겠습니다.”
강철은 아까부터 들고 있던 캔 커피를 몰래 슬쩍 뒤로 숨기고 있었다.
- 1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