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혈압이 갑자기 떨어졌어요. 빈맥입니다.”
빈맥은 보통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경우를 말한다. 간호사의 리포트가 바빠졌다.
“출혈이 너무 많아요. 지나치게 많아요.”
“젠장. 수혈 준비해 줘요. 어서”
강철은 다급해졌다. 응급처치가 시작되었고, 의사들의 손은 바빠졌다. 30여분의 싸움 끝에 일단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여전히 옆 방 수술실에서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강철은 민정에게 나머지 일을 부탁하고, 다른 수술실로 뛰어갔다.
강철이 드디어 오후의 커피를 마시며 점심이라도 먹으려고 편의점으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강철을 붙잡으며 간호사가 소리쳤다.
“급해요, 어서! 아까 그 환자!”
저 멀리 수술실에 다른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다.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당장요!”
“아, 젠장!”
강철은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갔다.
“심실세동!”
심장 충격기가 빠르게 충전되기 시작했다.
“일단 200부터!”
강철은 어떻게든 이 환자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에게 내 커피 취향이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알려줄 거라고 강철은 다짐했다.
“출혈이 더 있었어요. 1000cc는 될 거 같아요.”
“아, 미치겠네.”
강철은 호흡이 가빠졌다. 그때 응급의사 형석이 달려왔다. 형석은 응급실의 막내 의사였다.
“개흉술!”
강철이 외쳤다.
“네? 여기서요? 지금 수술을 하자고요? 외과 수술실로 가시죠. 거기가 더 나은데.”
“시간 없어.”
“그건 알지만요.”
강철은 점점 미칠 노릇이었다.
“메스. 다들 집중해요. 우선 혈액 제대로 공급하고요.”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
“피가 더 나요. 이러다가 죽겠어요.”
강철은 출혈량을 체크하고 바로 생각을 바꾸었다. 메스로는 시간이 부족할 것이 뻔했다.
“젠장! 바로 견인기부터 가져와요!”
강철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술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일은 늘 있지만, 강철은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 진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메스 대신 늑간 견인기를 선택해야 했다. 삶을 위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피가 너무 많이 나는데요.”
형석은 어쩔 줄을 모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석션! 석션!”
강철은 미친 듯이 외쳤다. 한 시간 전에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보다 더 큰 목소리였다. 그만큼 강철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담겨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돼!”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