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피를 흘리는 사람들과 함께 내린 사람은 강철이었다. 다행히 강철은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구급차는 계속 몰려들었다. 워낙 부상자가 많았다.
“아니 왜 앰뷸런스로 출근을 하시는 거예요?”
강철을 본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놀라서 물었다.
“일단 나 오늘은 지각은 아니다. 벌금은 오늘 면제야. 나 진짜 제때 온 거라고.”
응급실에는 작은 수술실이 두 개가 있었다. 간단한 수술이나 진짜 응급상황을 다투는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응급실의 두 군데 수술실에선 난리가 났다. 수술복을 입은 외과의사 민정은 오늘도 날카로운 안경 너머로 환자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다리 쪽에 상처가 있어요. 가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처가 깊어 보여요.”
간호사만 두 명이 달라붙었지만, 손은 부족했다.
“혈압 수치도 너무 높아요.”
강철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왔다.
“호흡음은 괜찮은가?”
“약간 감소한 상태예요.”
민정의 대답을 고개를 끄덕이며 외과의사 강철은 수술대에 합류했다.
“으.”
그때 환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강철과 민정은 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환자는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인 거 같았다.
“집에 갈래.”
다행히도 환자는 의식이 있는 거 같았지만, 본인이 심각한 부상임을 모르는 눈치였다.
“리도카인 부탁해요.”
“근데 아까 왜 구급차를 타고 오신 거예요?”
“아이고. 사연이 있습니다요.”
강철은 웃으며 말했다. 카페인을 섭취하지 못했지만 기운을 내야 할 타이밍이었다.
“평소에 혈압약 드시나요? 혹시 다른 약 드시는 거 있나요?”
침착함을 유지하며 의사 민정은 환자에게 물었지만, 환자는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제야 통증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아파요, 아파!”
“일단 진통제 준비해 주세요. 잠시만 참으세요.”
민정의 지시에 간호사들은 바빠졌다.
“어서요! 너무 아프다고요! 젠장, 너무 아프다고! 이걸 어떻게 참아요?”
환자는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강철은 순간 환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에스프레소를 어떻게 먹어? 그 맛대가리 없는 걸. 한약 먹는 기분이라고!’
강철의 커피 취향을 비웃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엇?”
환자도 강철을 알아본 눈치였다.
“뭐야? 의사였어?”
“네, 맛없는 커피를 좋아하는 의사죠.”
강철의 농담이 끝나기도 전에 환자는 의식을 잃었다.
“어어?”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