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거실이야

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5

by 센짱

이런 상태로 계속 살 수 없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 타운홀을 제안했다. 내가 논의를 위한 초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초안 없이 논의를 시도했다가 괜히 혼란이 가중되고 감정싸움으로 번질 것이 우려되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이만하면 공평하다고 수긍해줄 수 있을까. 누구 하나로부터 거절을 당하거나 누구 하나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많은 성격이었지만, 더 이상 물러갈 곳이 없었다. 집이 집답지 않았다.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집 안은 어색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슬픈 일이기도 했다. 나름의 리스크를 부담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시작한 커뮤니티가 고작 이런 모습이라니. 이런 꼴로는 안된다, 퇴로가 없는 군인처럼 꽤나 비장한 마음이 되어 생각을 정리했다.

'기계식 키보드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때 싫어하는 사람 한 명을 위해 기계식 키보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공평할까?'

'아니면 키보드 소리가 싫은 사람이 이어폰을 껴서 적응해야 할 문제일까? 이어폰을 종일 끼고 작업하는 것도 너무 큰 불편이 아닌가?'

'기계식 키보드 사용이라는 특수한 애호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까? 집 안에서 내가 쓰고 싶

'기계식 키보드라고 다 똑같지 않으니 허용 범위 데시벨 기준을 정해서 허용 가능한 키보드와 허용할 수 없는 키보드 종류를 나눠서 중간선을 찾아야할까?'




초기에 이렇게 복잡하게 뻗어가던 생각은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실의 사용목적과 중요도가 달라진 것이 원인

코비드-19 초기까지 거실은 업무공간과 휴식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거실에서 일하는 모두에게 거실 외에 다른 옵션이 존재했다. 강남 위워크에 메인 사무실이 있거나, 거실은 업무를 위한 유일한 공간이 아니었다. 메인 사무실이 다른 곳에 있고, 필요가 없을 때만 재택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카페와 거실을 오가며 일했다. 그러니까 그때 그때 모여있는 사람들 간의 암묵적인 합의만으로 거실은 코워킹 공간과 거실 사이를 어느 중간 쯤의 얼굴을 하며 굴러왔다.

하지만 코비드-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모두가 거실에서 일해야만 했다. 거실이 유일한 선택지이었다. 재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고, 안전을 위해 카페 이용도 지양하게 되었다. 일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배려를 서로에게 기대하는 한편, 여전히 '집'의 연장선에 있는 거실이기 때문에 자율도나 유연성을 동시에 기대하고 있었다. 집은 편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니까. 헌데 집이라서 당연히 누리고 싶은 것과 업무 공간으로서 기대하는 점이 서로 상이했다.


"아니, 집에서 내 키보드를 왜 못 쓰게 하는 거야?"

"아니, 집에서 내가 왜 이어폰을 써야 해?"

그래서 이런 상충되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으리라. 거실에 대한 재정의와 규약이 필요했다.

이때까지는 거실 내 업무공간을 '코워킹 존(Zone)'이라고 수줍게 지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호칭이 여전히 그 공간을 집 내부의 '거실'로서만 인식하게도 한 것이다. 편안하고 눈치 보지 않아야할 '집'. 하지만 실질적으론 거실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낮시간 동안 모두의 주요 업무 공간이 되었다. 어느 때보다 생산적인 환경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그러니 시간을 정하고 해당 시간 내에는 거실을 '코워킹 스페이스' 또는 '코워킹 오피스'로서 재정의해야 했다. 집 안에 있지만, 완전히 집 만은 아닌 공간으로서 정서적 거리감이 필요했다.

이렇게 한다면 기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매너와 룰들을 우리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라운지 공간에서 다른 이용자에게 기대하고 우리가 눈치보며 자연스럽게 하지 않는 그 선들이 우리에게 필요했다. 이렇게 하면 키보드를 비롯해서 통화, 미팅, 영상 재생 등 소리/소음 수준 전반에 대해 통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후 오게 될 새로운 멤버들에게도 합리적이고 공평해질 것이었다.


타운홀에서 정해야 할 안건들과 거실 관련 세부 안건들을 펼쳐놓고 있을 때 친구들이 하나둘 거실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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