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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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전쟁만큼은 아니지만 키보드 전쟁 다음으로 민감했던 건으로 손님 초대 규칙 건이 있었다. 키보드 전쟁 때는 코비드-19가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면, 손님 초대 건은 코비드-19가 촉발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집에는 많은 친구들이 오고 갔다. 멤버 모두 친구가 많았고, 집으로 초대하길 좋아했다. 거기다 많은 친구를 초대해도 거뜬할 정도로 공용공간이 넓었으니 초대하지 않으면 아까울 정도였다. 친구들도 우리의 새로운 터전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궁금해하고 직접 보고 싶어 했다. 초기에는 친구 초대 전에 카톡으로 미리 공유하고 가볍게 허락을 구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선을 함께 넘어갔다. 한번 인사하고 나면 이미 '네 친구가 내 친구' '내 친구가 네 친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전에 살았던 커뮤니티에서는 친한 친구들이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오고 간다는 고지 없이 자유롭게 와서 일하고 밥을 같이 먹었다. 마치 자신의 거실처럼. 한 집에 살지 않아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실의 공유를 통한 커뮤니티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큰 영감을 받았다. 현재의 커뮤니티에서도 그 정도 수준으로 문을 열고 싶었다. 이에 대한 멤버들의 우려를 해결하면서 조금씩 설득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눔의 코로나!
코로나가 점진적으로 더 열어가던 우리 문을 홱하니 닫아버렸다.
코로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발생 극초기(지금도 아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꼼꼼한 방역 대책을 세우는 한편 한동안 친구를 일절 초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 한동안이 기대보다 길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빗장을 완전히 걸어두고만 있을 수 없었다. 논의를 계속해가면서 확산 정도와 정부 방침의 변화에 따라 완전히 문을 닫기도 하고 한 두 명 정도가 들어올 만큼 열었다가 또 줄였다가를 반복했다. 친구를 초대할 수 있더라도 취식, 취음하는 경우 외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해왔다. 다른 가정들에 비하면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멤버 전원이 다 동일한 수준의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각자의 경계심과 조심성은 조금씩 달라졌다. 걸린다고 해도 건강에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으니 이렇게 억눌려 살아서만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사람, 의료진들에게 느끼는 미안함 그래서 우리가 그 부담을 늘려선 절대 안 된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누군가는 3개월 이상 외식을 일절 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외부활동을 다시 많이 늘렸다. 그러는 과정에서 쌓인 피로감, 불안감, 답답함 등이 쌓여왔다. 쌓인 것들은 결국 폭발하기 마련이다. 발단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친구들과 소모임을 열어도 되겠냐는 부탁이었다.
베일: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친구들 3명을 초대해서 거실에서 좀 놀아도 될까? 보드 게임하면서 와인을 마시고 싶어.
해리: 금요일 저녁에 내가 운동하러 나가서 한 명 비니까 인원은 괜찮을 것 같아. 먹고 마시는 때 빼고는 마스크만 잘 착용해줘 :)
베일: 마스크 착용?? 안 하면 안 될까?
해리, 진: (당황) 뭐?
베일: 와인 마시면서 할 건데 마스크 착용을 했다 안 했다 하면서 게임하면 정말 재미없을 거야.
해리: 아무래도 뭔가 먹고 마시면서 마스크 착용을 신경 쓰는 게 실질적으로는 쉽지는 않지. 하지만 노력과 시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베일: 중간에 벗는 것과 처음부터 벗는 것, 차이가 있어? 왜 벗었다 썼다를 반복해야 하지?
진: 이게 불편하면 그냥 외부 공간에서 만나면 되잖아.
베일: 우리가 다른 외부 공간을 가게 되면 나는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우리가 집 안에서 노는 게 훨씬 더 안전한 선택 아니야?
해리, 진: 흠....... 상대적으로는 그렇겠지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하는 게 좋잖아?!
베일:... 됐어. 그럼 이번에는 아예 모이지 않을게. 마스크를 안 써도 될 때 다시 초대하겠어.
해리: 아아.... 그래. 모임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건 아니었는데...(재미와 마스크 착용이 무슨 관련이지...? 언제 마스크 안 써도 되는 때가 오지....?)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 같았지만... 갈등이 반등하여 피크를 찍는 데에는 2주가 걸리지 않았다. 진과 해리의 친구들이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였다.
To Be Continued
-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 Cover Photo by Afif Kusum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