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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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와 진, 유진은 서울눅스에서 하우스메이트가 되기 전부터 친구 사이였다. 어느 토요일 이들은 다 같이 묘지를 찾았다. 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B의 기일이었다. 합류하기 위해 찾아온 다른 친구들과 B가 생전에 좋아하던 와인을 나눠 마셨다. 쌀쌀한 날씨 탓에 마음만큼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챙겨 온 돗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지만 아무래도 떨어지지 않는 발이었다. 이대로 헤어지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납골당 주변에서 갈만한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서울눅스에 향하기로 했다.
셋 이외의 다른 친구들은 서울눅스에 살지 않아도 일종의 커뮤니티 멤버들이었다. 눅스의 주요 이벤트에 항상 함께 해왔으며 여러 가구 조립과 설치 등을 도왔다. 어워드를 만들었다면 여러 상을 타갔을 것이다. 진은 같이 사는 코리빙 멤버인 루이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 양해를 구했다. 마침 베일은 지방으로 여행 중이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겠거니 생각하며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무리 중 한 친구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를 계속해서 착용해줘'라는 부탁을 하기 직전이었다. 오래 재택근무를 해오고 식사도 집에서만 했기 때문에 리스크가 현저히 적다고 스스로 판단했으리라. 이미 마스크를 벗은 친구에게 다시 써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참 어색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괜히 기분 나쁘게 만들 것 같아 전전긍긍하며 그저 자신이 열심히 마스크 착용하는 모습을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날리기로 했다. 한국의 눈치 문화야, 믿는다!
근황을 나누던 모임은 보드게임으로 이어졌다. 게임으로 인해 한참 열기가 올라왔을 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하고 고개를 돌린 해리와 진은 놀랐다. 하지만 다음날 올 줄 알았던 베일이 그날 밤에 돌아온 것이다. 베일이 모두에게 인사했다. "안녕. 다녀왔습니다~" 해리와 진은 예상치 못했던 베일의 이른 귀가에 당황했다. "미안해 베일, 내일 오는 줄 알고 따로 묻지 않았어!" 베일의 눈치를 보며 해리가 거실 안쪽에서 외쳤다. 베일은 괜찮은 듯 대답했지만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조금 경직되어 보였다. 하고 싶은 말을 입 속에 꾹 담아둔 듯했다.
다음 날 베일은 전날 밤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카톡으로 내뱉었다.
안녕 하우스메이트들, 짚고 넘어가고 싶은 세 가지 이슈가 있어.
1. 어제 집에서 모임 하는 걸 보고 놀랐어. 모임을 하게 되면 다른 하우스메이트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하기로 한 정책을 그대로 지켜야 하지 않을까.* 요즘 케이스도 적지 않은데.
2. 그리고 마스크 착용 규칙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고도 놀랐어. 심지어 모임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마저 전혀 착용하고 있지 않았어.
3. 우리 이전에 타운홀에서 논의했던 적 있는데, 내 가장 친구 메이를 우리 집에 초대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싶어. 같이 살지 않지만 가족 같은 관계이니 그렇게 대우해주길 바라.
:))
* 집 안 동시에 있는 사람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친구를 초대하는 경우 단톡방으로 공유하기로 타운홀에서 정한 바 있다.
모임 내내 조마조마하던 해리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메시지는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으로 마무리되었으나 정말 웃는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한편, 아무도 마스크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해리와 진을 자극했다. 그것은 사실과 달랐다. 모든 사람들이 상시 마스크를 착용한 건 아니었지만 모두가 계속 안 쓰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고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었다. 다과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보드게임이 시작되면서 상시 착용하고 있었던 친구도 있었다. 억울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얘는 왜 일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지?!'
부정확한 사실 위에 건설적인 논의나 해결책은 가능한가, 해리는 의문이 들었다. 한편 이 갈등이 심화될 것이 걱정되었다. 베일이 봤다고 믿는 것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일부는 틀림없이 사실이었다. 해리나 진이 주장했던 만큼 엄격한 마스크 착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실망을 느끼기엔 충분할 수 있다. 해리는 장문의 답장을 쓰기로 했다. 간결하게 쓰고 말하기가 많은 상황에서 중요하지만, 지금은 Too Much Information이 더 필요한 순간이라 믿었다.
To Be Continued
- 이야기는 실화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