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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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은 베일의 상처에 대해 공감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것과 이런 상황과 오해, 문제를 야기시킨 원인 분석, 그리고 가능한 해결책 제시까지 포함했다. 어쩌면 마음의 무게는 뒤쪽에 더 실려있었는지도 모른다. 내용은 이랬다.
1. 친구 초대 시 미리 모두에게 공유하고 허락받기로 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해. 어제는 네가 어제 돌아올 줄 몰랐어. 그래서 루이한테만 개별적으로 이야기했던 거야.
○ 네가 들어왔을 때라도 우리가 너에게 다가가서 정중히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었단 후회가 돼.
○ 앞으로는 부재중인 것과 상관없이 관련 소식은 전체와 공유한다면 이후 유사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타운홀에서 이에 대해 논의해보자.
2. 맞아. 어제 이루어진 모임에서 마스크 착용이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어. 거기에 대해 정말 미안해. 나도 불안해하면서 대응을 제대로 못했어.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어.
○ 첫 번째로 두 명의 주최자가 있었어. 나는 모임을 제안한 건 진이니 그가 책임자라고 생각했고, 진은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 내게 관리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더라.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호스트(즉, 해당 모임의 안전 수칙 관리자)를 명확히 정해서 모임 참가자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챙기기로 하자.
○ 지난번 타운홀에서 방역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다가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된 합의를 내리지 못했어. 그러니 특정 행동을 요청할 근거가 없어 어려웠어. 다가오는 타운홀에서는 꼭 합의를 이뤄 정리를 해보자.
그리고 다음 단락에서는 그의 억누른 화가 최대한의 이성적인 얼굴을 하고 드러났다. '전부', '모두' '다', '아예'라는 표현은 질색이었다. 그는 각각이 사람들이 전체 시간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비율을 남겼다. A와 B는 내내 마스크 착용을 했고, C는 80퍼센트 정도 착용했으며, D는 50퍼센트 정도 착용했다는 식으로. 거기에 그들이 재택을 하고, 집에서 밥을 먹고, 이곳까지는 자차/택시로 이동한다는 평소 생활에 대한 정보를 더했다.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사람들이라는 정보를 부가적으로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베일의 세 번째 요청에 대해 대답을 해야 했다.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야 어쩔 수 없으니 마스크를 벗고 사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마스크 프리패스를 줘야 하는가, 왜? 이리저리 고민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본인조차 자신의 친구가 마스크를 벗으면 제지하기도 껄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80퍼센트 착용, 60퍼센트 착용, 그리고 30퍼센트 착용 사이의 위험성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더 이상의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한가. 우선 무엇보다 더 이상의 갈등을 피하고 싶었다. 베일의 친구 메이의 출입 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동의한다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라도 그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길 바라며.
다행히 해리의 뾰족뾰족한 마음들이 많이 티 나지는 않았는 던 모양이다. 베일의 답장은 기대 이상으로 온화로웠다.
시간 들여 자세하게 답장해줘서 고마워. 이걸로 소란을 만들 의도는 아니야. 알잖아. 나는 오히려 손님들이 집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다고 주장해온 사람이야. 그저 우리가 서로를 잘 이해하도록 소통하고 싶었어. 누군가를 비난해서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야.
나는 우리가 이미 하우스메이트 이상의 존재라는 걸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갔으면 좋겠어.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요즘의 시국에 너희는 나에게 가족 같은 사람들이야. 다가오는 타운홀에서 이야기해서 해결책도 찾고 서로 기분이 좋길 바라.
답장 속 가족이라는 단어에 해리의 시선이 머물렀다.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했다. 뭉클하기도 했다. '가족'이란 단어를 참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이들은 분명 친구 이상이었다. 가족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가족으로 정의하기엔 찝찝함이 남았다. 해리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였지만 좋은 기억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파워발란스 게임에 가깝고, 개인의 취향, 신념, 선택을 존중받을 수 없는 곳. 이상하게 소외감을 느끼는 곳.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면에서 가족과 같고 어떤 면에서는 가족과 같아서는 안 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재 답장을 남겼다.
답장, 고마워. 그래, 맞아.
우리는 가족이지. 친구 이상으로.
좋아! 다가오는 타운홀에서 더 논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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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