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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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리빙스페이스, 쉐어하우스, 사회주택 등의 공유주택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눈에 띄는 것은 각 개인방에 주방과 화장실/욕실을 갖춘 타입들의 증가다. 프리미엄 코리빙은 물론이고 청년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지어지는 많은 사회 주택들도 이런 형태로 나온다.
공동 주거 공간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주방, 욕실 등의 공용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런 기능들을 개인실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은 갈등관리 면에서 효율적인 선택이다. 조정할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으니 편하고 현명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만나지 않으니 부닥치지 않고, 또 동시에 연결 또한 만들어지기 어렵다. 굳이 공용공간으로 나와야할 필요가 없으니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기 싶다. 그런 공간에서 커뮤니티 활성화는 조금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굳이 나가서 있고 싶게 공용공간을 개인공간과 완전히 차별적으로 디자인하거나, 다른 기능이 있거나, 아니면 자꾸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들로 입주민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있거나.
개개별 경험이 천차만별이겠지만 한 사회주택에 입주한 지인 A는 크게 실망했다. 해당 사회주택가 입주자들에게 약속한 가치들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 중에 커뮤니티도 물론 있었다. 그래도 초기엔 월 1회정도 열렸던 반상회라도 있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없어졌다. 이후 어떠한 새로운 커뮤니티 빌딩 노력없이 흘러갔다. 놓고보니 가성비 좋은 또 다른 원룸에 지나지 않았다. 2년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미련없이 이사나왔다. 이사간 곳은 회사 근처 오피스텔이었다.
그 사회주택에는 층마다 3곳의 원룸 또는 투룸이 있고 엘리베이터로 나가는 길목에 자그마한 공용공간이 존재했다. 각 층별 입주자들이 거실처럼 때로는 제3의 공간처럼 쓰면서 커뮤니티가 자연발생하길 기대하고 만든 공간이었다. 초기 나도 직접 방문했을 때 다소 삭막하게 느껴졌던 공간이 어떻게 활용될까 궁금했다. A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2년 내내 누가 쓰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Seoul Nooks는 주방, 다이닝룸, 거실 겸 코워킹 스페이스, 화장실/욕실을 공유한다. 화장실 있는 개인실이 딱 하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에 비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불편한 부분도 있고, 크고 작은 갈등들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반대로 대화와 연결도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식사 시간이 겹쳐 함께 요리를 준비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근황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주제로 뻗쳐간다. 누군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합류해 깔깔대기도 한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같이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일로 얼마나 바쁜지, 또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게 된다. 그러다가 누군가 휴식 차 차를 마시려고 준비하면서 옆 사람에게 너도 마실래? 하며 초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러다보면 속깊은 이야기를 하게도 된다.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갔다가 누군가의 일상 속 일탈에 우르르 동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용공간 비중이 높다고 교류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집이 작지 않은데다 개인실과 공용공간이 층으로 분리되어 있다보니 생활 리듬이 아예 다르거나 하면 또 한동안 서로 영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녁에 출근하고 낮시간 동안에는 주로 개인방에서 또는 카페에서 글을 쓰는 N과 나는 식사 시간도 조금 달랐다. 그래서 마주쳤을 때 아주 간단한 이야기만 주고 받고 헤어지기 바빴다. 그래서 우리는 긴 호흡으로 친밀감을 쌓아야 했다. 조금 더 겹칠 수 있도록 내가 움직이기로 했다. 그가 카페에 갈 때 나도 부러 같이 가겠다고 해 걸어가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내 식사 시간을 조금 늦춰 일부러 겹치게 만들기도 했다.
반대의 경험도 있다. 꼴도 보기 싫어진 사람이 생긴 적이 있다. 대충 그의 생활 리듬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의 생활 리듬을 조금 더 앞당겨 마주칠 일이 없도록 했다. 식사도 일도 방에서 했다. 그가 집 밖을 나서면 그제서야 공용공간으로 나왔다. 키보드 전쟁 때는 모두가 그런 식으로 슬금슬금 공용공간을 피했다. 잘 꾸며놓은 거실이 누구 한 명의 독차지가 되거나 아예 공동화되었다.
놀러오는 사람마다 우리 공간의 따뜻한 인테리어에 대해 많이 칭찬한다. "Cozy라는 단어의 정의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말 집 다운 집이다!" 등등. 집을 선택하고 꾸미는 과정에서 따뜻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신경 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관계가 엉망이 되자 공간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공간 디자인의 온도와 커뮤니티 온도의 차이 사이 괴리 때문에 이상한 한기마저 들었다. 공간을 따스하고 안락하게 만드는 것은 따뜻한 커뮤니티를 위해 중요한 시작이다. 하지만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엔 사람과 관계인 것이다.
여느 사회주택 같으면 가성비가 좋은 원룸의 효용성을 최대한 어필하고 이에 만족하는 이용자들이 남는 구조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쾌적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주거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집에 살면서도 생활리듬을 분리하면 따로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부러 이렇게 사는 이유에 어긋난다.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갈등과 연결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갈등은 최대한 줄이고, 연결과 유대감을 최대화할 수 있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