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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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홀을 이사 오기 전부터 생각하고 이야기했는데, 다들 일정에 치여 살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 급한 일들은 조금 정리가 되었으니 앞으로라도 타운홀을 정기적으로 하자. 우리가 경험했듯이 타운홀 없이는 작은 오해들이 시나브로 쌓여 어느새 서로에 대한 판단이나 실망으로 굳어질 수 있고, 이미 그런 마음으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정말 힘든 일일 거야."
회의 끝에 제안한 타운홀의 정기화에 대해 이견을 내는 사람은 없었다. 내친김에 모임 일시와 빈도에 대해 논의하여 결정하고 헤어졌다. 우선은 2주에 한 번씩, 그러니까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주중에는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참여하기 어렵고, 금/토에는 대체로 약속이나 여행 일정이 들어서기 쉬웠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게 일요일 밤. 한주의 시작을 앞두고 밖순이 밖돌이들도 슬슬 돌아오는 시간이 바로 그때였다. 그런 일요일이어도 저녁 약속이 생길 수도 있으니 시간은 가능한 늦은 시각 9시로 정했다. 더 늦출 수는 없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며 전투적인 일주일을 시작해야 하는 멤버들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 밤 잠들기 전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했다.
혹시라도 갈등이 발생한다면 한 달이라는 기간은 그 사이 갈등이 너무 숙성되어 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그것보다는 자주 보되, 그렇다고 매주 모여라고 하는 건 부담스러우니 격주로 좁혀졌다. 한편 누군가 일정에 늦거나 아예 까먹고 다른 약속을 잡아버려 참가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로 같은 사람에 의해서 반복...) 우리 같이 작은 커뮤니티 내에서 한 명 한 명의 영향은 크다. 그런 한 두 명이 빠진 채 타운홀을 진행하면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다. (예컨대 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장본인이 빠지면 할 수가 없고 오래 참아야 한다...) 만약 이에 상관없이 타운홀이 진행된다면 그건 타운홀 참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로 읽힐 위험이 있다. 때문에 그런 경우 가능하면 해당 주말 사이 다른 시간으로 조율하거나 아예 그 타운홀은 깔끔하게 패스하고 다음 타운홀을 기약했다. 만약 한 달 간격으로 열리는 모임을 이렇게 한 번 캔슬하면 두 달만에 모이게 되는데.. 그건 너무 머니, 2주에 1회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대신 회의는 굵고 짧게. 매회 30분 정도 안에 끝내기로 했다.
없던 문화가 정착하려면 어느 정도 하드 캐리가 필요하다. 모두가 약속을 지켜주리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구글 캘린더와 슬랙 채널(당시 사용하고 있던 커뮤니케이션 툴) 연동시켜 자동으로 리마인드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고 사람들이 그걸 잘 보고 따라와 주리라 기대해서도 안된다. (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 타운홀 일정이 다가오면 단톡방에 사전 리마인드도 해주고, 당일에도 한번 더 아니 가능하면 두 번 정도 리마인드 해야 한다. 누군가 일정을 까먹고 선약을 만들었다면 선약을 조금 빨리 끝내는 것을 제안하는 한편, 타운홀 시작 시각을 늦추는 등의 조율을 하면서 모두가 모이게 한다. 한번 타운홀이 생략되었다면 다음 타운홀은 반드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타운홀이 없는 상태가 디폴트가 되어버린다. 여행 일정이 있더라도 온라인으로 참석하게끔 했다.
사소한 갈등조차 없어 굳이 모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때에도 무조건 모여야 한다. 이렇게 강력하게 추진할 때 추진하는 사람은 가끔 곤혹지기도 한다. 특히 나처럼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경우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 회사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서로 간에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런 불편함을 이기고 하드 캐리 하자. 안 그러면 갈등 쑥대밭에 하드 캐리 당할 수 있다. 문화로 뿌리내리기 시작할 때까지만 말이다. 뿌리내리고 나면 이제 조금씩 다져가고 물을 주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