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홀에 대하여

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17

by 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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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홀(Townhall Meeting)은 쉽게 말해서 반상회다. 한 커뮤니티가 모여서 논의하는 공론장이다. 다만 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반상회라는 말을 두고 타운홀의 이름으로 공론장이 열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반상회도 반상회 나름이겠지만, 반상회라고 하면 조금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모습이 연상된다. 다소 불만에 가득 찬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모여 언성을 높이며 자기주장하기 바쁜 모습도 그려진다. (전국의 훌륭한 반상회 모임, 미안합니다) 아직 미혼인 청년으로서 나는 초대받지 못하는 느낌도 든다.

반면 타운홀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것은 물론 어떤 발언이나 질문도 가능하다. 커뮤니티에 리더가 있다면 그는 타운홀에 참가할 의무는 물론이고 어떤 날카로운 질문에도 성의껏 대답해야만 한다. 투명한 정보공유와 솔직한 토론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수평성과 민주성을 강조하는 요즘의 공론장은 반상회보다 타운홀이라고 더 많이 지칭한다.

정치인이 유권자들과 토론하는 타운홀부터 스타트업에서 CEO와 갓 입사한 인턴까지 함께 하는 타운홀까지 다양한데, 타운홀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구체적인 목적이나 프로그램은 조금씩 상이하다. 솔직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커뮤니티 내 공공선을 찾아가기도 하고, 해결책을 요청 또는 모색한다. 커뮤니티가 추구할 미션과 방향성을 재확인하며,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보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리추얼적 성격을 띠기도 한다.

우리 코리빙 커뮤니티의 공론장 역시 반상회가 아니라 타운홀이라고 한다. 주인의식을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를 지향하기 때문에 더 적합했고, 우리가 기본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사실도 한몫했다.

대여섯 명의 같이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소규모의 타운홀이지만 주요 프로그램은 다른 타운홀과 비슷하다. 공유와 토론, 이 두 가지이다. 이 중 문제의 조기 발견 및 해결을 통한 갈등 관리는 타운홀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절대 사수해야 할 계기였다. 따라서 초기 타운홀은 아무래도 이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빼놓을 수 없고.

"한 달간 지내면서 불편했던 사항, 해결하고 싶은 문제, 개선했으면 좋을 만한 것 있을까?"

사람들이 같이 사는 한, 그리고 그 사이 멤버들이 바뀌고, 집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는 한 해결할 문제는 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욕실의 환기 문제.

이사온지 1년 차에 맞이했던 첫여름, 우리는 욕실 환기 문제를 처음 논의했다. R은 화장실을 사용하고 난 뒤 문을 늘 닫고 나왔다. 아주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는 탓인지 R이 샤워하고 난 뒤면 욕실은 늘 습습했고, 쾌적하지 않았다. 창문은 열어두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욕실에는 환풍기가 없었다. 자연 건조하는 수밖에 없었기에 사용하고 나면 문도 활짝 열어달라고 N이 요청했고, J도 격하게 동의했다. "문을 늘 닫고 나오는 이유는 물 내려가는 소리가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 사는 G에게 시끄러울 것 같아서였어." R 나름의 배려였다. G는 전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확인해주었고, 우리는 화장실/욕실 사용 후 창문과 문을 꼭 열어두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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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3년 차가 되는 해 유독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그새 구성원은 바뀌어 있었고, 각 구성원들이 기온의 변화에 대응하는 쾌적하면서 춥지 않은 욕실의 적정선과 이를 위해 선택한 전략이 다 달랐다. 누군가는 창문과 화장실 문을 둘 다 활짝 열어두고, 누군가는 화장실 문만 열어두고, 누군가는 창문만을 열어두었다. 또 누군가는 창문을 열어두되 반쯤만 열어두었다. N이 H가 열어두고 나간 화장실 문을 늘 닫았고, M은 P가 열어둔 창문을 닫았다. 어떤 때는 양쪽 다 닫혀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먼저 카톡방에서 상황을 확인했다. 가볍게 왜, 어떻게 문을 열고 닫고 있는지에 대해 공유한 뒤 다가오는 타운홀에서 정식으로 토론해서 결정했다.

'겨울 시즌 특별 욕실 환기 & 보온 정책 합의안. 겨울에는 기본적으로 창문의 3분의 1 정도만 열어둔다. 10시 이후 밤에는 창문은 닫고 문만 열어둔다. 건조한 데다 밤 사이 시간 정도면 그 정도로 충분히 습기는 제거된다.' 땅땅땅!

시간이 지나 우리 커뮤니티도 조금씩 성숙해왔고 이런 문제 해결에 쏟는 비중은 많이 줄어들었다. 문제의 무게도 점차 가벼워졌고, 합의점에도 금방 도달한다.

초기 타운홀에서는 이런 갈등 관리에 목적을 집중했다. (키보드 전쟁 당시에는 우린 분명 반상회라는 표현이 맞았을 지도..) 갈등을 다루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같이 산다는 것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합의하고 개발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그 과정을 민주적이면서 즐겁게 해가는 것도 중요하다. 각 문제 해결책과 그 과정은 문화가 된다.

그렇다고 매달 매번 싸우지 않는다(!) 어떤 때는 논의할 거리가 현저히 적은 타운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드 캐리 해서 모이게 한 것이 살짝 뻘쭘해질 정도로. 그런 때는 신속하게 역할 분담을 한 뒤 공식적인 타운홀을 종료하기도 했다.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게 미안했고, 혹시라도 누구도 부담을 느끼고 질리지 않길 바랐다. 시기에 따라선 이런 타운홀은 환영회 송별회 등의 이벤트로 대체하기도 했다. 어쨌든 전원이 함께 정기적으로 모이는 전통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편 타운홀은 해결해야 할 문제 이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과 함께 만들고 누리고 싶은 가치를 더해가기 위한 기회다. 문제를 해결해서 궁극적으로 우리는 함께 잘 살아가길 바란다. 문제를 발견하고 협의하는 것은 이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개인의 습관을 형성하고자 할 때 없애고 싶은 습관이 아니라 이를 대체할 새 습관에 집중하는 듯이, 갈등 해소에 줄어드는 시간만큼 우리는 다른 질문과 프로그램을 더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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