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코리빙 스페이스 Seoul Nooks의 커뮤니티빌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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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커뮤니티빌딩의 가장 중요한 방법은 맞는 사람을 잘 큐레이션 하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 결이 맞는 사람, like-minded 한 사람들을 모아내고, 때로는 아닌 사람과는 헤어지기도 하며 큐레이션의 정밀도를 높여가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규모가 작은 커뮤니티일수록, 초기 단계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커뮤니티의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이에 대한 존중을 내재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해당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융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아무리 매월 비폭력대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같이 배운다고 해도 방어적인 태도가 강한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느라 비폭력대화를 기억하지 못했다. 인간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고 믿지만,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으니, 애초에 맞는 사람을 들여야 한다.
우리처럼 개인실 외의 공간들을 공유하는 코리빙 공간이라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 되지만, 코리빙에서의 적정 거리라는 건 이미 너무 가깝다. 친구라서, 친구의 친구라서, 약간 싸한 느낌은 있지만 또 그렇다고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동거인으로 받아들였다가 식겁하는 일들을 겪고 서울눅스의 커뮤니티 큐레이션 프로세스는 점차 정교하고 신중해져 왔다. 딱 맞는 새로운 멤버를 선별하는 과정부터 더 긍정적인 커뮤니티 경험을 위해 어떤 이와는 헤어지기도 했다. 구글 폼으로 제출하는 지원서에 문항도, 2차 인터뷰에서 나누는 대화의 양도 늘어났는데 두 단계를 거치면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같이 생활하기에 무리가 없는 사람인지를 따진다. 코리빙은 결이 같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치나 관심사, 일하는 업계 등이 유사한 이상으로 생활을 공유하기에 즐거운 사람이어야 한다. 다 큰 성인이 공용공간을 깔끔하게 사용하고 관리하는 매너는 새로 장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식탁을 쓰고 난 다음에 식탁을 닦아줄 사람인지, 샤워 후에 머리카락을 잘 치워줄 수 있는지, 주방에서 조리 후에 칼을 치워주는지.. 공용공간에 대한 매너만 지킨다면 자기 개인 공간을 어지르는 거야 상관없다. 원래 깔끔하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인지, 정리는 잘 못하긴 하지만 공용공간 관리는 잘하는 편인지도 나눠서 확인한다. 아무리 이렇게 확인한다고 해도 살아봐야 구체적으로 그 실체가 파악된다. 사람들마다 청결과 정돈의 완벽 정도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차이들에 대한 태도가 유연한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런저런 노력들 덕분에 우리 공용공간은 공유 주거에 대해 선입견이나 우려를 가지고 있던 친구들의 생각을 바꿔놓을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
두 번째는 다양성에 대한 열린 태도를 확인한다. 여느 코리빙이나 셰어하우스들과 우리가 크게 다른 점은 글로컬 한 커뮤니티 구성에 있다. 비중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인종 또는 다른 문화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산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프로토콜이 다르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에서 당연히 기대되는 또는 반대로 기대되지 않는 행동이 다를 수 있다. 집이라는 삶터에서 살다 보면 피부처럼 착 붙은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다를 수 있단 상상조차 못한 채 하는 습관과 행동들이 드러난다. 이런 마찰에 상호 간에 당황스럽고 놀라는 건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그 감정 그대로 상대에 대한 판단으로 연결 짓지 않는 것이다. 나라, 출신 지역, 성별, 연령대가 같더라도 개개인의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는 요즘 같은 다양성의 시대에 어느 커뮤니티에도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다문화로 인해 겪은 갈등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으며,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묻는다.
세 번째는 매력적인 사람인가. 함께 하기에 무리 없는 사람 정도가 아니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새로운 멤버로부터 기존 멤버들이 배울 수 있는 경험이나 지식 또는 열정과 태도, 관점 등이 있는가를 확인한다. 평균 연령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이라면 연구 주제가 흥미로워야 하고, 그냥 해야 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어서, 순수한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을수록 좋다. 또는 흥미로운 여행 경험이나 프로젝트/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기대한다. 디지털노마드 비자에 대해 졸업 논문을 쓰고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일 경험을 쌓았으며 다양한 나라에서 교환학생을 경험한 Noah는 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울 것이 많아 보였다. 반대로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서류 단계에서 아쉽게도 다른 기회로 만나자고 완곡히 반려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네 번째는 커뮤니티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할 사람인가. 우리 커뮤니티의 가치와 방향성에 강력하게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면 매력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괜찮다. 사람을 크게 나누자면 기버(Giver: 주는 사람)와 테이커(Taker: 받는 사람)로 나뉜다. 같은 사람이 상황과 환경에 따라 기버가 되고 또 다른 때에는 테이커가 되기도 하지만, 기본 디폴트 값으로 더 많이 주는 사람과 더 많이 받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커뮤니티는 수많은 기브 앤 테이크의 행위들로 돌아간다. 우리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인데, 소소한 주고받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감사하게도 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의 기여는 마치 숲에 내리는 비처럼 커뮤니티를 활기 있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주는 걸 즐기는 사람조차 늘 주기만 하면 지치기 마련. 작은 커뮤니티일수록 테이커 한 명의 파급력이 크다. 그로부터 시작되는 정의 고갈 악순환은 커뮤니티 문화를 빠르게 말라버리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줄 수 있는 기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가족, 친구 또는 다른 커뮤니티 속에서 어떤 기여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지까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기여의 약속이 공수표가 아닌지 확인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연애나 결혼과도 마찬가지 아닐까? 수려한 외모가 관심을 촉발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경험상 집이 예쁘다는 칭찬이 먼저 튀어 나는 사람과는 결국 끝이 좋지 않았다. 집의 인테리어나 편리함, 쾌적함이 이 집에 살고 싶은 사람과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기 어렵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이다. 지원자의 겉에서 보이는 성과나 상태 외에 지향하는 가치가 커뮤니티의 지향점과 같은지 서로가 힘써 더듬어 확인해야 한다. 서울눅스 커뮤니티에 지원하는 과정은 꽤 복잡하다. 구글 폼 작성에 걸리는 시간이 짧지 않고, 통과하면 1시간가량의 인터뷰를 거친다. 최근 1년 이상의 기간으로 합류하게 된 친구와는 2시간 진행했다. 기존 장기 체류 멤버들과 신규 신청자가 줌으로 만나 서로 질문하고 답한다. 이 과정 자체로 하나의 사전 온보딩 과정이기도 해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예외 없이 진행한다.
이렇게 프로세스가 간단하지 않은데도 어느 시점 이후론 신청이 꾸준한 편이다. (음, 사실 나라도 신청서 쓰다가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질문을 하나 늘릴 때마다 신청이 떨어질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결과는 반대였다. 그런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퀄리티에 대해 신뢰와 기대가 생겨 오히려 신청하는 사람도 생겼다.
한편으로 감사하게도 입소문의 힘이 크다. 서울눅스를 통해 첫 코리빙을 경험한 P는 코리빙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자국에 돌아가서도 자취가 아닌 코리빙 스페이스에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우스메이트들 운이 좋지 않았다. 존중심 없는 이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다며 최근 하소연해왔다. "아, 눅스가 그리워 -" 지난해 12월 중순에 귀국한 P의 추천으로만 입주 신청한 사람이 4명이다.
이렇듯 정성을 다하는 큐레이션은 만족스러운 커뮤니티 라이프의 중요한 전제이자 시작이다. 그 이후를 책임지는 온보딩과 콘텐츠들은 다음 글에서 이어 소개하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