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선생님이라 불리게 된 사연
가감 없이 솔직한 초보 선생님의 좌충우돌 수업 적응기 #01
그러니까, 한 6개월 전쯤일 거다. 그 당시 나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말이 일이지 시간 때우기에 불과했다. 일에 대한 열정이나 애정 따위도 없었다. 그저 심심찮은 용돈 벌이로 시작한 일이었다. 흥미가 없는 일을 하고 있으려니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었던 순간도 여러 차례다. 그럼에도 나는 그곳에서 5개월 정도를 일했다. 진작에 잘리고도 남을 아르바이트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간단하다. 엄마 카페였다. 나는 이전까지 여러 회사를 전전했는데 죄다 채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은 장녀 딸내미의 이 말도 안 되는 사회생활에 기함한 엄마는 결국 엄마 카페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엄마 밑에서 일을 배우며 사회생활을 더 익혀야 어디 가서든 내 밥벌이를 할 것이라는 게 엄마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딸은 떨어져 있을 때 가장 애틋하다고 했던가. 종일 매 순간을 붙어 있다 보니 그만큼 싸울 일도 잦았다. 그렇게 5개월을 일하니 엄마도 나도 지쳐갔다. 가뜩이나 코로나 시국이라 손님이 많지 않을 때여서 더 예민했던 것도 크게 한몫했다.
이럴 거면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다섯 손가락을 넘길 무렵, 나는 본격적으로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카페 일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바이럴 마케팅 업계로 다시 뛰어들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그 업계 자체를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나에게만큼은 정말로 맞지 않는 직종이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나. 스물여섯. 서울의 변변치 못한 전문대 문창과를 나와서 여태 바이럴 마케팅 회사를 전전하다 깔짝깔짝 학원 강사의 맛을 봤던 시간. 그 순간이 반짝 스쳐 지나갔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니까, 선생님이 되는 게 가장 어울리는 일일지 몰라!
그렇다고 내가 공부에 썩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문창과 실기를 준비한답시고 수학은 일찌감치 놓은 수포자요, 요즘 똘똘한 초등학생들 영어 실력에도 못 미칠지 모를 영어 바보였다. 이런 내게도 한 줄기의 빛은 있었으니, 독서나 글쓰기라면 제법 오랜 시간 짬밥이 차 있는 터였다. 독서논술 강사라면, 자신이 있었다.
잡코리아, 알바몬 할 것 없이 독서논술 강사 구인글에 죄다 이력서를 냈다. 잠깐이라도 학원에 근무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바라던 연락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그 무렵, 카페에서는 대대적으로 근무 시간 변경이 있었다. 매일 1시부터 6시까지 근무이던 나는 주에 3일 10시부터 10시까지 일하게 되었다. 이력서를 낸 곳들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으므로 카페 일을 해야 할 운명인가보다, 생각하게 되었다.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제는 그 쉬는 이틀을 그냥 흘려 보내기가 아까운 것이다. 정규직 직장만 찾을 생각에 파트 근무 학원은 죄다 제쳐두었는데 이제는 단 이틀만 일할 곳이 필요하게 되었다. 다시 파트 강사를 구인하는 유명 브랜드의 독서논술 학원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