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도 봄이 되는 시간

by 고니비니SN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봄이다.
꽃비가 흩날리고, 파아란 하늘이 마음을 천천히 녹이는 날.
이런 날이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아이스라떼를 만든다.


우유 위로 검고 짙은 커피가 스며들며 부드러운 갈색을 그려낼 때, 그 고요한 섞임이 참 좋다. 차갑고 고소한 한 모금이 입안에 머물면, 계절이 한층 또렷해진다.


나는 커피를 사랑한다.
아침의 따뜻한 모닝커피는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이다.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천천히 원을 그리듯 갈아낸다.
고운 입자로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향이 퍼지면,

이미 기분은 절반쯤 좋아진다.


예쁜 머그잔 위에 드리퍼를 올리고, 필터를 단정히 접어 끼운다. 잘 갈린 원두를 넉넉히 세 스푼.
포트에서 막 끓어오른 물을 가늘게 부으며 또 한 번 원을 그린다. 물을 붓는 그 시간, 향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쌉싸름한 맛과 고운 향기.
그 향을 들고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연둣빛 잎이 돋아난 나뭇가지, 바람에 흔들리는 봄빛.
그 풍경을 오래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어느새 봄이 된다.
초록이 조금 더 짙어지면 여름이 오겠지.


싱그러운 계절이 오면, 그땐 하와이안 커피를 내려볼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커피의 온도도, 나의 하루도 조금씩 달라진다.
오늘도 이렇게 한 잔의 커피로 계절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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