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이 건넨 빛

by 고니비니SN

태어나 처음 느껴본 통증은 내 일상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출산 후에도 끝나지 않는 몸의 통증은 나를 하루하루 고립시켰고, 4살이 되도록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를 종일 돌보는 일은 감당하기조차 힘겨웠다. 결국 다시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 하루를 버티기 시작했다. 내 몸인데도 믿을 수 없었다. 허리 통증으로 버스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관계 유지의 전제조건인 만남이 충족되지 못하자 하나둘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암흑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 어둠 속에서도 나는 엄마였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엇갈리다 보니 점점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모든 게 귀찮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필요한 아이마저 버겁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감사하게도 공립 유치원에 합격했다. 그런데도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어린이집에 보내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쉽게 기저귀를 뗄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지 못했다. 모든 과정은 나의 몫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동시에 기저귀를 떼면 허리를 조금이라도 덜 숙일 수 있을 것 같아, 기저귀 떼기에 돌입했다.



엄마가 구해온 유아용 변기에 아이를 앉혔다. 아이는 신기한 듯 변기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해맑게 웃었다. 마음이 급한 엄마와 여유로운 아이 사이의 기저귀 떼기는 그렇게 엇박자로 시작되었다. 수십 번을 변기에 앉혀도 아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지쳐버린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고, 기저귀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앞으로 변기에 쉬야 안 하면, 엄마한테 혼날 거야. 이제 기저귀는 없어.”

사자처럼 포효하는 나를 본 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울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설거지하던 친정엄마가 달려왔다. 4살 아이와 맞서고 있는 나를 본 엄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애가 못 하면 천천히 가르쳐주면 되지. 왜 이렇게 큰소리로 겁을 주고 그러니.”

엄마의 말에 쌓여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엄마가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엄마는 일하느라 우리를 방치했잖아! 그리고 우리가 청소 안 하고 놀고 있으면, 온갖 짜증을 퍼부었잖아. 아빠한테 맞을 때도 없었잖아. 내가 보고 배운 게 이거밖에 없어서 그래. 결국 내가 다 해야 하잖아. 기저귀 떼는 거 도와줄 수 없으면 방해나 하지 마.”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빠한테 맞았어? 왜 엄마한테 말 안 했어? 그래서 너도 네가 받은 대로 아이에게 돌려줄 거야?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이 다시 내 탓으로 돌아왔다. 나는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마치 어릴 적 내 울음 같아서 멈출 수 없었다.



얼마 후,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울었어? 비니가 자꾸 실수해서 미안해. 엄마 허리 아푸지? 내가 ‘호’ 해줄게.”

그 말을 듣자 또 눈물이 뚝뚝 흘렀다.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라 표현할 줄 몰랐던 아빠의 거친 모습이 어느새 내 안에 복사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내 모습이었다.


그날, 사랑을 담아 엄마를 위로한 아이의 마음이 내게 전해져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내면 아이의 상처가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되는 길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길이라는 걸 아이를 통해서 배웠다.

그리고 암흑 속에서 평생 움츠리며 살아왔던 내면 아이는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마침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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