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유치원에 입학한 딸아이의 첫 등원 아침.
이른 새벽, 우리는 모처럼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유치원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화장실 사용법은 꼭 알아야 한다며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다.
“엄마, 알겠어. 알겠어.”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힘 있게 두 번 반복한 그 말이, 왠지 모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새 옷을 입히고, 이름표를 단 가방을 메고, 아이는 준비를 마쳤다. 거실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찍으며 이 특별한 날을 기록했다.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아이의 손을 잡은 걸음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흘렀다. 버스가 도착하자 아이는 힘찬 발걸음으로 올라탔고, 창문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그 순간, 울컥했다. 손을 흔드는 아이와 함께 버스는 천천히 출발했다. 옆에 있던 엄마들의 훌쩍이는 소리에 나 역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마치 갯벌을 걷는 듯 무거웠다. 적막이 흐르는 집 안, 3년 만에 찾아온 ‘혼자의 시간’은 낯설고 어색했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왔던 시간이었지만, 막상 주어지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마음은 온통 아이 생각뿐이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을까, 밥은 잘 먹을까, 혹시 실수는 하지 않을까. 가방에 여벌의 속옷과 바지를 챙겨 보냈지만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새 하원 시간.
버스가 도착하고 아이가 내리는 순간, 나는 두 팔 벌려 아이를 안았다. 아이 역시 환한 얼굴로 달려왔다. 허리 통증도 잊고 번쩍 안아 올렸다. 수없이 뽀뽀를 쏟아냈다. 그렇게 입학 첫날은, 아이도 나도 기다림과 설렘 속에서 무사히 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은 달랐다.
어제처럼 등원 준비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나는 아이를 꼭 안고, 어제처럼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만나자며 달랬다. 하지만 아이는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도우미 선생님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이끌었다. 나는 혼자 남겨진 정류장에서 뒤돌아서는 순간, 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첫날과는 다른 이별. 마음이 저렸다.
그날 오전,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 채빈이가 계속 울었어요. 식사도 거부하고 엄마를 찾다가 지친 모습이어서 제가 낮잠을 재웠어요. 하원 후 많이 배고플 테니 따뜻하게 보듬어 주세요.”
유치원은 낮잠 시간이 따로 없었다.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오후, 아이는 눈물 머금은 얼굴로 내게 달려와 안겼다.
나는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 지치고 배고픈 아이를 위해 정성껏 밥을 차렸고, 평소처럼 씩씩하게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아이를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이내 장난감을 한가득 꺼내 와 내게 말했다.
“엄마, 같이 놀자!”
나는 대답도 하기 전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좋아하는 역할놀이를 함께 하며 아이는 다시 세상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일의 전쟁은 잠시 잊기로 했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엄마인 나에게도 헤어짐은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겐 이별에 대한 연습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함께 버티고 나면, 조금 더 단단해진 엄마와, 한 뼘 성장한 딸의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유치원 적응 기간이 조금은 짧게 끝나길 바라며, 우리는 오늘의 역할놀이에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