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등원 대작전

by 고니비니SN


유치원 등원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보내려는 나와 가지 않으려는 아이의 줄다리기는 매일 아침, 서로의 감정을 갉아먹으며 치열하게 반복되었다. 아침마다 눈물로 호소하는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나의 마음도 조금씩 무너졌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도보로 20분 거리를 아이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유치원 입구에 다다르자, 아이의 울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원장 선생님은 그런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시며 교실까지 데려다주라고 배려해 주셨다.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선 교실, 이미 울고 있는 두 아이가 선생님의 양쪽 허벅지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은 듯한 앳된 선생님의 모습에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본 듯 조용히 눈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아이를 교실에 두지 못하고 복도로 나왔다. 아이를 달래보려 머릿속은 분주했다. 회유도, 애원도, 강요도, 심지어 협박까지 해보았지만,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주저앉아 막막해하던 순간, 원장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엄마, 처음은 다 그래요.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도 다 알아요. 하나, 둘, 셋 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세요. 제가 잘 돌볼게요.”

그 말에 갈팡질팡하던 내 마음은 선생님의 ‘하나, 둘, 셋’ 카운트에 울고 있는 아이를 뒤로한 채 뒤돌아 유치원을 나왔다. 그 순간 터져 나온 아이의 울음소리는 유치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돌아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귀가에 끝없이 맴도는 울음소리에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정말 이게 맞는 방법일까?



그날 집으로 돌아오니 설거지와 빨래 더미가 나를 반겼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아이의 하원 시간. 아이를 데리러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엄마를 향해 달려오는 아이, 그리고 환한 웃음. 아침의 눈물은 이미 잊은 듯 아이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하루를 신나게 이야기했다. 모질게 돌아선 내 모습에 아이가 실망했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조금씩 사라졌다.



도보로 등원하던 어느 날 아이는 걷기 힘들다며 투정을 부렸다. 12월생이라 체격도 작았고, 체력도 부족해 보였다. 한 해 늦게 보내고 싶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남편은 또래와 함께 성장하길 바랐다. 그 작은 아이를 데리고 꽃과 나비, 풀잎을 보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그 속에서 우리만의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울음은 여전했지만, 들어가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친구의 차로 함께 등원했다. 친구의 작은 배려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고, 아이에게는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덜어주었다. 그렇게 주변의 도움과 나의 노력이 더해져, 아이는 조금씩 유치원 생활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다리가 아프다며 또다시 등원을 거부했다. 차량도 싫다 하고, 차도 없는 우리 집에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유모차였다. 시아버지가 해외에서 사다 주신 유모차. 아빠와 할머니의 품에 안기길 좋아하던 아이는 유모차 타기를 거부했다. 태어나 몇 번 타보지 못한 유모차를 다섯 살이 된 아이에게 꺼냈다.


“빈아, 우리 유모차 타고 갈까? 다리 안 아프게, 노래도 틀어줄게.”

아이는 ‘좋아’라며 유모차에 탔다. 노래를 부르며 유치원에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엄마 보고 싶어”라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며 도로에 늘어선 나무를 보며 되뇌었다.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운 추억이 되겠지.



그렇게 2년. 어느덧 여섯 살이 된 아이는 여전히 유모차를 타고 등원했다. 그런 모습을 본 원장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언니가 되었는데, 유모차는 그만 타야지. 엄마랑 걸어서 오자.”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에 쑥스러워하지도 않고, 나에게 볼에 뽀뽀한 뒤 교실로 들어갔다.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적응해 온 아이에게서 갑자기 유모차를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유치원 밖에 유모차를 주차해 두고, 입구부터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아이의 속도와 나의 속도는 달랐다. 답답하고 때로는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도 차에서 오는 어려움은 결국 나의 몫이었다. 다만, 나는 이제 안다. 버티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값진 선물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그것은 단지 아이의 성장만이 아니라, 나의 성장 또한 포함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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