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아래 묻힌 마음

by 고니비니SN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안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나에게 그 우물의 시작은 ‘집’이었다. 부모님이 보여준 세상이 곧 나의 전부였다. 그 안에서 나는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는 생각을 너무 일찍 배웠다. 자연스레 가격이 가치보다 중요해졌고, 선택의 순간마다 ‘얼마인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트에 가면 제품보다 가격표가 먼저 눈에 띄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보단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기준 삼았다. 원하는 물건을 고르기보다, 가격에 나의 소망을 맞추는 삶은 어른이 된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건강 문제로 일하지 못하게 된 후, 남편 혼자 외벌이를 하며 생활을 꾸리다 보니 돈은 더 민감한 문제가 되었다. ‘절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 되었다. 자연스레 ‘가성비’는 나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나의 기준이 내 가족에게도 스며들고 있었다. 주말 오후, 방학을 앞두고 가족 모두 함께 마트에 갔다. 간식과 식재료를 고르던 중, 아이가 내 옆에서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요거트 먹고 싶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빈아. 먹고 싶은 맛 골라.”

하지만 아이는 선뜻 고르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더니, 진열된 1+1 요거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데… 내가 좋아하는 맛은 그냥 하나밖에 안 줘.”

그 순간, 뭔가 익숙한 문장을 들은 듯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내가 남편에게 늘 하던 말이었다.

남편은 언제나 내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 말했지만, 나는 “이건 더 싸”, “이건 두 개나 줘” 하며 늘 가격과 양을 먼저 따졌다. 그런 나의 모습을 아이는 묵묵히 보고 있었고, 어느새 나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만든 좁은 우물 안의 세상이, 어느덧 아이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종종 절약을 미덕이라 말한다. 물론 절약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마음을 존중하는 선택을 할 줄 아는 힘이다. 나는 아이가 물건을 고를 때, ‘얼마나 많이 주는가’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가’를 먼저 따지길 바란다. 비싼 것을 사라는 것이 아니다. 가격보다 마음을 먼저 보는 시선, 그 기준을 아이가 가질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는 ‘이게 더 싸니까’가 아니라, ‘이게 마음에 들어서’라고 말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의 세상이, 나의 좁은 우물을 닮지 않고, 더 넓고 따뜻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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