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여러 번의 짧은 쉼표

by 다다리딩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을 할까?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익숙한 지금의 그와.


다시 태어난다면 아기를 한 명 낳을까?

낳을 것이다. 아기는 축복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아기를 둘 낳을까?



종종 울고 싶어졌다. 눈물 조차 안나지만, 그럴 짬도 없지만 울고 싶은 마음은 불시에 찾아왔다. 나는 원래 마음이 강하지도 체력이 좋지도 않은 사람이라 힘든 상황을 싫어했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 따위 절대 즐길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한 과제가 싫다. 새로운 임무와 상황은 마음을 심숭생숭하게 만들 뿐이다.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임을 이리저리 부딪혀보고서야 알았다. 예측 가능한 상황 하루하루 낡은 반복을 사랑하는, 소소한 일탈로 만족하는 사람임을.


많은 자기 계발서들과 정보들이 도전하라, 불가능은 없다, 모험하라, 하루하루 낡은 반복으로부터 벗어나라... 쉼없이 나를 밀어내지만 마음만 조급해질 뿐. 도대체 사람들은, 사회는 무엇을 그렇게 성공하라고 하는 걸까. 나의 평범한 마음은 혼란스러워 기웃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까 네가 발전이 없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거야, 누군가는 조그만 성공을 이룬 후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무엇에 도전해야하는 걸까.



새로운 도전은 결혼이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아기를 바라고 낳게 되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생활이었지만 결혼하겠다,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은 나의 가치관 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선호하는 사상까지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눈치 채지못할 만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한 남자와 두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인간을 깊이 있게 알아간다는 것은 영혼을 울리는 일임을 채득했다. 수많은 육아서들을 읽으면서 왜 진작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이렇게 노력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과 학생들을 맡아 가르치는 것은 결코 다른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 잊고 있었던 학생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아주 괴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옳았기 때문에 정당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큰 제도안에서 소수의 개성과 환경을 무시한 다가섬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헤아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뒤늦은 후회를 하며 그 아이들의 인생이 지금 빛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원래 경제적 성공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는 대신 나와 같이 소심하고 여리며 마음의 가닥이 까다로운 아이들을 보듬는 일에 열심히 이기로 다짐한 것도 육아를 시작하면서이다. 그것이 내 인생의 성공일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기보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인 어른이 되는 것. 선한 방향으로 더 나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도록 옆에 있어주는 것.


그 모든 밑바탕엔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는 것을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었다. 건강한 음식을 잘 먹이고, 잘 씻고 청결히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하고, 타인의 다름을 인식하도록 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갖도록 존중해주는 것. 그 모든 것이 버겨워 어떤 날은 설거지하다 울컥하고 어떤 날은 아이에게 소리지른 내가 너무 싫어 두 눈을 질끈 감고, 어떤 날은 수 없이 많은 빨랫더미 속에서 한숨 짓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된 느낌을 갖는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진정으로 가슴이 울리고 아이와 같이 모험을 즐기게 된다. 이상하다. 나는 약하고 의지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건강하고 의지도 있었다. 세상에 재밌는 일이 없어 자발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매일 비슷한 패턴의 하루가 지나는데 매일 매일 낡은 하루로 부터 일탈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