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은 여행

육아 쉼표

by 다다리딩

3주를 앓고서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힘내기 위해 겨우 먹었던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3주 동안 식은 땀 흘리던 침대 시트를 걷어 세탁기에 넣고 잘 마른 새 시트를 깔았다. 3주 동안 집에서 거친 기침을 해대며 지독한 감기를 앓는 사이 바깥은 근 30도를 육박하는 더위가 찾아와 있었다. 혼자 서지 못하던 둘째는 두어 걸음을 걷기 시작했고 미끄럼틀도 혼자 타고 있었다.

어찌어찌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는 간소한 생활만으로도 기력이 달려 영양주사를 맞았다. 주사 맞는 한 시간 동안 끝내 이 주사 맞을 돈이면 무항생제 한우 안심 한근을 사서 아이들 먹일 수 있는데란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간호사가 진짜 몸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보다 그동안 힘드셨나봐요란 말에 눈알이 시큰해지고 머리가 핑돌았던... 3주였다.


엄마, 아쿠아리움에 가요. 큰 상어 보고싶어요

아니, 바다갈까?


첫째의 말 한 마디에 그냥 짐을 쌌다.

곧 돌아오는 목요일이 둘째 돌인데 돌잔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행복하기도 했지만 너무 고단하기도 했다. 편안한 집을 떠나 파란 바다도 보고 항구에 정박할 남편도 보고 좋은 숙소에서 좀 쉬고 싶기도 했다. 사실 아이들 데리고 나가봤자 더 고생이지만 흐르는 시간에다 추억하나 덧입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여행하는 내내 애들 옷 빨래따위 하지 않으리라.

맛있는 것 돈 생각하지 않고 사먹으리라.

비싼 호텔도 가보리라.

나는 그동안 나를 돌볼 시간보다 너희를 돌보는 시간에 더 무게를 두었으니 너희를 무럭무럭 키운 나에게 하고싶은대로 할 자유를 주리라.


그렇게 돌맞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