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밤 11시 반, 3년전. 지금 이 시각.
진통이 시작 되었었다. 생리통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사라락 아픈 배를 문지르며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고 있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책의 5분의 1 정도를 남겨두고 샤워를 한 다음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갔었다. 남편이 도착 하기 전 아침 6시 13분에 첫 아들을 낳았었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느라 아이의 생일상 차리는 것에 급급해 잊고 있었던 우리의 첫 만남이 떠오른 건 아들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내일 내 생일이니 선물 주세요."
아이를 배불리 먹이고 한 참을 놀아주고 침대에 눕혀 재울 시간, 보던 책들을 다 치우고 아들이 태어나던 날, 그리고 부모로 살아온 3년을 이야기 해 주었다. 마무리는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 아들은 자신의 이름이 멀리 멀리 퍼져나가 동물들이 춤추며 기뻐했다는 이야기에 감동한 듯 자꾸만 다시 읽어 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자기 전 말했다.
"생일은 선물 받는 날이 아니야. 엄마랑 후랑 서로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고마워 하는 날이야. 낳아줘서 사랑으로 길러줘서 너는 엄마에게 고마운 날. 엄만 네가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태어나 자라줘서 고마운 날. 많이 사랑한단다, 아가야."
"내가 태어날 때 엄마가 배가 많이 아팠어. 그래도 엄만 웃었네. 내가 좋아서? 내일 내가 선물 줄게요. 맛있는 거. 나는 고래처럼 엄마 배에서 태어나서 엄마 젖을 먹었어. 아기였을 때. 근데 지금은 엄마 젖이 안나와서 밥 먹어. 그래도 괜찮아. 히힛. 엄마 사랑해요."
아들이 말하는 사랑해요,가 한없이 맑고 경쾌해서 피곤이 달아나는 듯 했다. 맑고 경쾌한 사랑이 주는 감동이 잠을 많이 못 자고 육아로 몸살을 달고 살지만 오늘을 살게 한다. 초급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아들의 세 번째 생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