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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y 14. 2019

그녀에 대하여

횡단보도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가장 가는 나무가지처럼 마른 팔로 팔장을 끼고. 의외로 강해보이는 탄탄한 다리로 짝다리를 싶고. 약간 찡그린 얼굴에 조바심도 짜증도 언뜻 보이는듯 했다.

 아직 지각할 시간도 아니니 아마도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 아침 담배를 필 계획일 것이다. 그녀의 옆을 지날 때마다 참기 힘든 담배 냄새가 났었다. 책 검사를 할 때 짙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이 앙상한 손가락에 어울리지 않게 빛났었다. 아무리 지루한 설명에도 그녀는 엎드려자지 않았다. 이생규장전을 읽고 줄거리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할 때 그녀는 꼭꼭 볼펜을 눌러 정성껏 주인공을 그리느라 한 칸밖에 채우지 못했었다.

  태도가 나빠보이는 선배들이 자주 그녀를 불러냈었다. 그녀는 그들과 친하다고 했다. 그들과 놀땐 재밌다고. 하지만 그들이 담배피다 순회교사에게 거렸을 땐 그녀만 남겨두고 다들 도망쳤다. 그녀가 학생부에 불려가 고개를 숙이고 반성문을 쓰고 교사가 같이 있었던 일행을 말하라고 해도 그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친구 이름을 대면 그건 우정에 금가는 행동이라고. 그녀가 몇차례 학생부로 불려가는동안 그들은 단 한 번도 쉬는 시간에 그녈 만나러 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그녀를 위해 자진 신고 하지 않았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라고 하자, 그녀는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치마가 너무 짧아 걸을 때마다 위태로워보였다. 교복 상의 단추가 깡마른 몸을 겨우 감싸고 있다는 듯 간신히 맞은편 옷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워 보였으나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늘 거리를 두었다. 그래도 고개를 떳떳하게 들고 당당하게 걸었다. 쉽게 주눅들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이 길들여지지 않은 사슴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부모는 아파서 일을 못한 지 오래 되었다.그녀의 언니는 임신해서  남자친구를 따라 나간 지 오래되었다. 그녀의 한 살 어린 남동생은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이로 태어났으나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알바비로 아버지는 곧잘 술과 담배를 구입했다. 그녀는 수학여행이 가고 싶었으나 돈이 없다는 말을 담임에게 하지 못하고 애태웠다.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아본다. 서늘함이 왔다가 금세 사라졌다. 그녀는 아름답고 강하다. 나는 그녀가 좋다. 누구나 그녀를 보면 알 수있을 것이다. 그녀의 선함과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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