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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an 24. 2020

저녁은 디로딩 타임

당신은 의도적으로 일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가지나요?

 답답했다.


 제시간에 퇴근하려고 하면 직장에서 나는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냈다. 12월 내내 심장이 옥죄는 것 같았다. 마감 기안이 몇 건이나 몰아쳐 있었고, 한정된 기한내에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 메시지를 보내 정정 내역 확인하고, 쉬는 시간이면 회의에 참석하거나 겨우 짬을 내 수업 준비를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일들을 모두 해 놓고 집으로 가, 아이들을 빨리 찾아 저녁을 해줘야 하는데, 무슨 반찬을 하지? 첫째 한글도 시작해야 하는데, 아..... 빨리 자고 싶다. 뭐 이런 사이클의 연속이었다. 모두들 이렇게 살겠지? 라는 생각만이 위로가 되었었다.



 디로딩이란 개념은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읽을 때 알게 된 단어이다.

삶에 과부하가 걸렸을 때 의도적으로 여유를 가자지는 의미인데,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디로딩은 '내려놓는', '뒤로 물러나는', '부담을 제거하는'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촘촘하게 짜인 계획과 일에서 잠시 물러나 컨디션을 조절하고 회복하는 행동을 디로딩이라 할 수 있다. 빌 게이츠에게 '생각 주간'이 있다면 타이탄들에겐 '디로딩 주간'이 있다. 디로딩 주간을 가지면 삶의 과부하들을 지혜롭게 예방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속도를 내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디로딩을 하는 데 꼭 일주일이란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다.


매일 아침 간단한 일기를 쓰고, 커피를 마시고, 명상을 한다. 시간에 구애됨 없이 큰 가능성을 떠올려보는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작은 성과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되, 이것들을 꿰어 빛나는 보배로 만들 수 있는 큰 생각을 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내야 한다.


마음대로 떠돌고, 지껄이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라. 온갖 시끄러운 잡음 속에 당신의 삶을 바꿀 신호가 들어 있는 경우도 반드시 나타난다. 디로딩 계획을 일에 대한 계획보다 더 헌신적으로 지켜야 한다. 디로딩 시간이 일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도는 있지만, 그 반대는 전혀 불가능하다.


책을 덮으며 수많은 시간이 오갔고 그중 강력한 것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자'였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고 비슷하게 팍팍하게 살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모임을 나가보니 워킹맘이지만 의도적으로 자신만의 디로딩 타임을 가지기 위해 새벽기상, 새벽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다들 이렇게 살겠지라는 생각은 편협한 자기 위로에 불과했다.



그리하여 나는 요즘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의도적으로 두 눈을 감고 호흡을 한다. 비로소 내 호흡이 인지되자 평온해짐을 느낀다.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피가 돌게 하면 일어나 온열족욕기에 전원을 킨다. 가열될 때까지 기다리며 물을 끓여 친구가 보내준 페퍼민트 잎을 두개 넣고 따뜻한 차를 만들어 마신다. 아침 일기를 쓰고 투두리스트를 쓰고 불로그 글을 하나 쓴다. 그리고 독서, 아침 운동을 한다. 이 모든 것이 1시간 30분 안에 이뤄진다.


아침 시간이 나를 위한 디로딩 타임이었다면,

저녁은 모두 아이들에게 쓰인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디로딩 타임인 것이다. 아이들이 일찍 자지 않고, 해야할 집안 일이 너무 많을 때 나는 곧잘 화를 내고 빨리 자야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해 마음이 조급해졌었다.


 그러나 저녁은 무조건 디로딩 타임이라고 생각하자, 아이들과 함께 창의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엉뚱해지고 무모해진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 우리집은 밀림이 되고 망망대해가 된다. 나는 어김없이 악당이 되고 우리집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을 꼬마 용사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결투에 임해야 한다. 번번이 정의의 꼬마 용사들에게 당하고 반성하고 보물을 내주면서 잃었던 동심이 살아난다. 단정하고 따뜻한 동화를 함께 읽으며 별 것 아닌 그림에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에게 감탄하게 된다. 여유가 없는 저녁타임에서 이 모든 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창의적인 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창의성을 일깨우는 디로딩 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일찍 잠자리에 들며 미래를 생각한다. 실껏 동심으로 놀다 미래를 생각하면 현실의 장애물은 사소하게 느껴진다. 보물을 찾고, 악당을 물리치는데 그깟 현실적인 장애물(마감임박한 업무, 쥐고리만한 월급, 삐딱선을 타는 아이, 시험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는 동료) 따위는 다 극복할 수 있는 것들로 인지된다.


 아침은 오로지 나를 위한 디로링 타임, 저녁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디로링 타임,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 일을 다시 시작하고 나서 더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게 됐으며 창의적인 인간으로 다져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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