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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Feb 11. 2020

하나의 죽음이 있었다.

지난주,

칠흑같이 어두운 저녁 하나의 죽음이 있었다.


전화를 받고 차 앞으로 나가자

영하의 밤하늘에 하얀 입김을 올리며,

몸이 얼어 덜덜거리는 목소리로 경찰이

내 차의 블랙박스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가 주차하고 20분 사이에 뺑소니 사고가 있었는데,

주차된 차는 내 차 밖에 없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 녹화가 잘 안되는 것 같다며 포맷하라는 메시지가 떴는데, 녹화가 됐을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며 칩을 드렸다.


사람이 많이 다쳤나요?


아주 위독합니다.


한 시간뒤 경찰은 칩을 돌려주러 왔다.

고장이나 아무것도 녹화되지 않았고,

범인은 cctv를 피해 도주한 것 같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시골 마을에 이장의 방송이 울렸다.

적십자 병원에서 장례식이 있다고.


내 차에 블랙박스만 고장 안 났었으면

범인을 금방 잡았을텐데, 마음이 계속 아팠다.


경찰차가 마을을 계속 돌아다녔고,

동네 어른들은

하나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부부가 노인정에서 저녁을 먹고, 여든의 할아버지는 먼저 나와 산책을 했다. 할머니가 얼른 자리를 파하고 나와, 같이 집에갈 요량으로.


산길을 내려와 가속도가 붙은 트럭이 코너를 돌다, 어둠속 할아버지를 미처 보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저녁즈음, 범인을 잡았다며

동생이 소식을 알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여든의 나이에 단짝을 잃은 할머니를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많이 울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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