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큰하고 유쾌한 소설을 쓸 것이다.

마흔의 꿈

by 다다리딩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아침,


나는 설거지하다 울컥 뭔가 가슴속에서부터 치밀어올랐다. 소란스런 물소리와 뽀득거리는 그릇의 화음 속에서 자꾸만 마음이 급해졌다.


시 하나를 필사하고 싶다.

좋은 글 하나 차분한 마음으로 정갈하게 따라쓰고 싶다. 악필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 의미들을 놓치지 않고 발견하며 따라쓰고 싶다.



시 하나 필사하고 나면, 블로그에 하나의 포스팅을 쓰고 싶다. 평범한 아줌마의 삶이지만 내가 보낸 하루가 헛되지 않다는 의미를 남기고 싶다. 아무것도 될 것 같지 않았던 평범하고 소심했던 소녀가, 결국은 거룩한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인증하고 칭찬하고 싶다. 아이를 낳고, 예쁘게 보듬어 사회적 인간으로 키우고 있다는 사실, 내가 직업을 가져 선한 영향력으로 희망을 나누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의 기록.



인스타도 얼마전에 시작했다. 사진을 정말 못 찍지만 인스타 글읽는 재미가 있다고 지인들이 평한 인스타그램. 그 속에서 나는 몇 장의 사진으로 일상을 나누고 좋은 글귀를 나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염탐하며 응원하고 있다.


오늘도 할 일이 많구나.


그러다 문득 깨달음 하나.



일상 속 의미찾기를 글쓰기로 하고 있구나. 소설 하나 쓰고 싶어 여러 글쓰기를 하지만 꿈의 문장은 하나 시작도 못하고 있구나.

소설을 쓰고 싶어서 아침부터 설거지하며 마음이 달았으면서 왜 중요한 것을 가장 나중으로 미루고 있을까?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글 쓰는 것보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소설의 첫 문장을 쓰면 되는 것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까봐 제대로 첫줄을 시작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나는, 오늘 아침 필사를 하며 소설의 첫줄을 쓰기로 다짐한다.

달큰하고 유쾌한 소설을 쓸 것이다.


그 옛날 우울의 늪에서 나를 쑤욱 끄집어 냈던, 일상 속 신나고 즐거운 관계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그 일을

하루의 제일 윗줄의 목록으로 올리고,

지금 당장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첫줄을 기다리는 일을 그만 두고


일단 첫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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