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해 볼 것

by 다다리딩

이상하게 그날따라 차가 엄청나게 막혔다.

꽉 막힌 도로에서 재빠르게 시간 계산을 해본다.

아무래도 정시 출근이 어려울 것 같다.

학교에 전화해 다행히 1교시 수업이 없으나 9시 10분 정도에 도착할 것 같다고,

죄송하게도 지각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호 하나를 20분째 받고 있다. 2대 정도만 신호 내에 꼬리물기처럼 지나갔고 이내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지각할 거라고 전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

멍한 상태가 되었다.


기계적 운전.

오늘 해야 할 일들.

막힘의 이유는 역시나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반대 차선에서 트럭이 중앙선 분리대를 넘어 우리 차선까지 한 차선을 물고 있었다.

운전사는 잠깐 졸았을까, 딴짓을 했을까.


우리네 인생도 잠깐의 방심, 혹은 안심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 구간을 지나자 차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잘하면 정시 출근 가능하겠다 싶어 페달을 밟았다.


학교 입구에 다다를 때였다.

인도에 어떤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 사람은

정말 달밤에 구름 가듯,

유유히 걷고 있었다.

시선을 뗄 수 없어 고개가 돌아갔다.


남루한 옷차림에 나뭇가지처럼 빠짝 마른 몸은

그 어떤 소유도 원치 않는다는 듯,

낡은 배낭 하나 짊어지고 있었다.

햇볕을 받아낸 새까만 피부는 그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나타내는 듯했다.

그냥 여유로운 발걸음이 아니었다.

목적지 없는 서글픔의 발걸음도 아니었다.


살짝 경쾌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유로워 보였다.

'나그네'라는 단어가 정말 어울리는 발걸음이었다.


나는 여전히 직장에서 속도전으로 살아가고 퇴근하면서

그날 나그네의 발걸음을 종종 떠올렸다.

빠르게 많은 일들을 처리하면서

빠르게 걸으면서

얼마만큼 삶의 부분을 내 것으로 소화해내며

살고 있는지 자꾸만 묻게 된다.

사실 내 소화력은 좀 시간이 걸리는데 해치우기 급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