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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28. 2016

그런다고 인생이 나아질까?

같은 문제 상황이 반복된다면 삶의 자세를 생각해 볼 것.



 나에게 '중세 국어'는 가장 하기 싫고 어렵던 부분이었다. 공부하기 싫어서 하고 싶고, 잘하던 파트만 하다가 고등학교 때 60점을 맞았고 뭐 다시 공부할 일 있겠나 싶어 그냥 지나갔었다. 대학 때 '중세 국어'는 먼  불구경하듯 글자를 보고만 있다가 c를 맞았다. 하기 싫어 끝까지 안했던 그 파트는 결국 교사가 되고 수업을 하기 위해서 죽기살기로 공부하게 되었다. 하기 싫다고 피한 것들을  어쩔 수 없이 해야만하는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하게 될 때, 결국 해야만 했던 숙제같은 것이였구나라고 생각한다. '진작 할 걸, 즐기는 마음으로. '

참 많은 시간을 나는 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만 하느라 그리 발전이 없었나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 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신경쓰였다. '못나 보이면, 초라해 보이면 불쌍해 보이면 어떡하지?정말 자존심 상하는데.' 이런 스스로의 장벽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럴싸해 보이려고 잘하는 것만 하다보니 나는 그럴싸해 보이기만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잘하는 것만 하면 보통은 가잖아요.  이것만 지나가면 괜찮아지니까 견디는거에요."

"견디면?"

"지나가는거죠. 그럼 편해질 거에요."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다시는 안해도 될 것 같은 공부가 대학교 땐 더 알아서 독하게 공부해야 취업할 수 있고 취업하고 나면 승진하거나 퇴사당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하고. 사업을 하게 되면 전문 분야에 대해 더더 치열히 공부해야하는데? 지금을 넘긴다고 해결되진 않아."

"그래도 수학은 안하잖아요. 전 영어 잘하니까 그걸로 살아가면 돼요. "


  아이의 말대로 하나만 잘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어느 하나만 보통 이상으로 잘하는 사람으로 차고 넘친다. 더 큰 문제는 그 아이는 영어를 다른 과목보다 낫다뿐,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보내고 나는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문제 상황이 다른 모습으로 비슷한 문제로 자꾸만 찾아오더라.  잘하는 것만 하고 싫어하는 것은 견뎠더니 딱 아까전 그대로의 내가 서있더라. 내 삶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비슷한 생각과 삶의 자세로 비슷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한 번 뿐인 삶 더 괜찮은 생각과 선택을 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 지려고 애썼다.  망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생각보다 타인은 나의 인생에 관심 없어. 그러니 내 인생을 살자. 이제껏 스스로를 마구잡이식 잣대로 비교해가며 살아온 것만으로 충분히 손해봤어. 남은 인생 그렇게 살기엔  아까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더니 진짜로 그 생각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더니 더 넓은 기준이 생겼다. 너른 마음과 생각을 가지려 맘 먹었더니 편협한 공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적 허영심이 아니라 내 인생과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시작한 고전 읽기와 교육에 관한 공부에 빠져 있을 때 남편이 물었다.

"우리 나이에 책을 읽는다고 인생이 나아질까?"

"그럼. 열심히 독서했더니 보는 눈이 생겨 당신이랑 결혼했잖아. 남들이 지나치는 당신의 장점이 확 보이더라구."

우스갯소리처럼 넘겼지만 익숙한 책에서 벗어난다면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생각이 성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어제의 나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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