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반듯한 그곳에 내가 즐겨 읽는 책, 종이, 필기구를 가지런히 놓으면 마음 한편엔 방금 전보다 더 괜찮은 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뿌듯함이 기지개를 켠다.
종이책을 좋아하다 보니 집 팬트리에는 책이 쌓여있었고 책상은 2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기거하게 될 부모님이 사용하던 세컨드 하우스는 말 그대로 초가삼간의 형태이다. 너무 방이 작아서 뭐 하나 들어가면 꽉 찬 느낌. 그 물건 자체가 공간을 잡아먹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앉아서 책을 보고 글을 쓰자니 불편하여 내 책상을 이고 지고 내려왔는데 역시나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마당 데크에 두었다.
읽을 책은 일단 그동안 바빠서 사두고만 있었던 책 대여섯 권을 가지고 왔다.
아직 3월의 아침도 정오도, 오후도 춥다. 십 분 앉아 책을 읽다가 콧물이 나서 따뜻한 차를 내어왔다. 삼십분 지나니 오한이 드는 것 같아 결국 방 아랫목으로 기어들어가 책을 읽다가 곤히 잠들었다.
물건이 마땅히 자리 잡기 힘든 곳.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안 산림들을 모두 아파트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시골의 아침은 너무도 서늘해 따뜻한 옷이 필요해 찾았는데 아이들 옷만 챙긴다고 내 옷은 몇 벌 못 챙겼다. 티셔츠 3개를 겹쳐 입고서 낮의 햇살을 쬐러 마당에 앉아 믹스 커피를 마셨다. 한 순간, 찰나의 햇살을 오롯이 느끼도록 봄바람이 멈췄다. 그 따스함이 은혜롭게 느껴졌다.
마당이 있다는 건 하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축복이 되어 주었다. 구름에 가려지는 햇살,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의 세기, 빛의 채도와 공기의 질량.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공기 안에 묻힌 자연의 냄새들.
2021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기로 한 다짐이 새롭게 단단해진다. 운동도 하고 건강해지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열심히 쓸 것이다. 잘 쓰고 싶지만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매일매일 습관에 근력을 붙이기로 했다.
믹스 커피는 금방 식었다. 추위에 유난히 약한 나는 날이 얼른 따뜻해지길 바랄 뿐이다. 집 앞에 산매화가 피고, 산벚꽃이 필 따스함이 스며들 즈음에야 아마도 내려오길 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송순의 시조를 읊조리며 먼 갑장산 머리끝에 흩뿌려져 있는 눈을 바라본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디 들일 데 없는 나의 책상이 위치한 마루. 더할 나위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