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스타벅스까지 25km

by 다다리딩

선물 받은 스타벅스 기프트콘을 쓰기 위해 매일 아침 집 앞 스타벅스로 모닝커피를 마시러 갔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원 하기 전에 에너지 업하기 위해 벤티 사이즈의 돌체 라테를 한 잔 더 사 먹으러 갔었다. 슬리퍼 신고 횡단보도 건너서 사 오기 편한 위치의 스타벅스를 이용하며 커피맛은 둘째치고 스타벅스라는 공간이 주는 프라이빗함에 길들여져 시골로 오니 아침에 어디로 커피를 사러 가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마당에 나오니 밤 사이 된 서리가 내려 눈이 온 줄 알았다. 뭣도 모르고 집 안에 있던 화분을 밖에 내었다가 말 그대로 된서리를 맞아버렸다. 진한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었으나 집에는 노란색 믹스커피 밖에.


제일 가까운 스타벅스를 검색해봤다. 우리 집에서 25킬로미터. 차를 타면 25분 거리?

가까운 카페를 검색해봤다. 동네에 있는 카페 하나는 우리 집에서 7킬로미터! 운전을 해서 글 쓸 거리를 들고나갔다. 집에서는 도무지 글 쓰고 책 읽는 나의 소중한 시간이 집안일에 치이기 마련이라 얼른 아침에 커피 한잔도 해결할 겸 딱 한 시간만 조용히 집중해서 글을 쓰 집으로 와 일을 하고 싶었다. 작은 동네 카페에서 라테를 시키고 글을 얼른 써내려 나갔다. 오래 자리를 차지할 생각은 없었다. 좁은 카페에 주인과 독대하듯 앉아 내 할 일을 하면서 괜스레 자리를 차지한 것 같은 뭔가 불편함이 느껴짐은 왜일까?

스타벅스를 좋아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무수히 많은 타인들 속, 내가 무엇을 마시든, 무엇을 하든 자유로운 개인적인 분위기. 매일 두 번씩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도 매너저는 전혀 알은체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도시에서 20여 년을 살면서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익숙해졌었던 것 같다.

내가 시골에서 작은 학교 교사가 되고 싶어 하던 꿈을 버리고 도시로 떠난 이유는 명확하다. 손바닥만 한 소도시 어딜 가나 아는 얼굴과 아는 체에 질려버렸으니까. 더구나 우리 집에 불이 나고 난 이후에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이다, 부모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어이없는 악의적인 소문이 따라나닌 후부터는 다정하고 소박했던 시골마을은 정나미가 떨어졌었다.




어쨌든 나는 2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에게 자연의 무한한 품과 세계를 알려주고 싶기도 했던 듯하다. 무엇에 홀린 듯 옷만 가지고 유년의 가장 큰 조각이 있는 시골마을로 돌아왔다.

아직 못다 쓴 스타벅스 쿠폰이 열개도 더 되는데 스타벅스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편의점도 없는 돌담집 안에 누워 아메리카노 믹스를 살 지, 커피머신을 살 지, 여행하듯 매일 출근했던 거리만큼 차를 몰고 나와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며 동네 카페 순례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