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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11. 2021

우리 아이의 자존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원을 옮긴 아들은 아직 친구들과 어색하지만 유치원에 가서 그 친구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어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등원을 하며 아이의 씩씩함을 응원해주고 싶어 괜히 한 발 앞서 설레발 쳐버렸다.


"그래! 우리 아들 여기서 대장 하자!"

아이는 갑자기 목소리를 쫙 깔면서 정색을 했다.

"엄마.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왜냐하면  이 동네엔 정말 대장 하고 싶은 애들이 너무 많아. 나는 대장 안 하고 싶어. 가만히 앉아서 이래저래 시키는 건 싫어. 나는 옵티머스 같은 대장이 멋있다고 생각해.


"옵티머스 프라임은 어떤 대장인데?"


"부하들이랑 같이 힘든 일도 하고, 제일 용기를 내는 일을 해. "


"그래. 네가 나중에 대장이 되고 싶어 지면은 그런 대장이 되도록 하자. 사실 엄마는 네가 무엇이 되고 싶든 다 멋지다고 생각해. 엄마는 정말 네가 좋거든."


 아들 둘은 꼭 안아주고 원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아들의 다짐처럼 아들들은 하원 길에 더 이상 혼자 놀고 있지 않았다. 친구들도 생겼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 누나들이 자주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마 키가 커서 또래인 줄 아는 듯했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실컷 먹고 둘째가 곤히 잠들자 첫째와 나는 밤 산책을 나섰다. 짙은 어둠은 자주 고개를 들어 선명히 박혀 있는 별들을 보게 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리고 가끔 어떤 소음들이 우리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아이는 어둠 속에서 신중히 발걸음을 옮기며 소리에 집중했다. 낯선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손을 꽉 잡은 아이의 손에 땀이 맺혀 올랐다. 아이는 몇 번이나 발걸음을 멈추며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희미한 윤각에 대해 자기의 추리를 더해 설명했다. 어둠 속 물건들은 익숙함을 탈피하고 신비롭기 짝이 없어 무섭기까지 했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어땠어?"

"응. 좋았어. 나는 엄마가 여기 시골에 우리 데리고 와줘서 너무 좋아."

"시골 말고 유치원, 어땠냐니까?"

아이의 생활이 걱정인 나는 조바심이 나서 또 물었다.


"엄만 자꾸 유치원만 묻네? 하하. 엄마 유치원 생활도 정말 재밌어."


"엊그제는 힘들다고 해서 엄마가 걱정했었거든."


" 친구들이 좋은 애들이더라고. 내 말이 맞지?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잖아. 근데 동생이 자꾸 나랑만 놀려고 해서 내가 친구들이랑 놀 시간이 많이 없는 건 좀 속상해."


"아직 동생도 낯설어서 형아한테 의지하는  건데, 익숙해지면 또 자기 친구들이 생길 거야. 그러니까 좀 봐주자."


"응."




 등원 길에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존감이 높을 수 있냐고 물었다.


"우리 아들이 자존감이 높다고요?"


나는 슬며시 요즘 듣고 있는 자존감 연수를 떠올렸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키우면서 정말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은 심어주고 싶어 책도 읽고 연수도 찾아 듣는 편인데 막상 샘이 그렇다고 말해주시니 기뻤다.


"네. 진짜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처음이라 낯설 텐데 정말 잘 지내요. 놀랄 정도로요."


우리 아들이 늘 쭈삣댈 때 소심해서 누군가의 호통을 들으면 잘 삐질 때, 그런 부정적인 모습만 마음에 담고 잘 지내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시골로 내려온 내 선택이 잘 못된 거라면 어떻게 할까 조바심 냈던 쫄보 엄마의 모습이 도리어 우습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보내고, 집으로 걸어오며 생각해봤다. 우리 아들의 자존감의 근원은 무엇일까? 갑자기 얼마 전 아들이 자기 인기 되게 많다고 했던 일화가 떠올랐다. 혼자 놀면서 자기 인기 많다고 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었다.


"응. 나 혼자 있으면 여기 학교의 누나 형들이랑 선생님이랑 동네 사람들이 다 와서 너 누구냐고 물어. 다 나한테 관심 있나 봐. 그러니까 인기 쟁이지."


시골의 뉴페이스가 궁금해 물어봤을 터인데 자기가 인기 많다고 생각하다니! 아! 우리 아들 자존감의 근원은 타인의 관심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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