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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16. 2021

화요일의 운동

체형은 내 습관의 기록이다

불쑥불쑥 화가 나곤 했는데, 그 화의 근원은 내 모습의 '만족스럽지 않음'이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늦은 밤 아이들을 재우고 인스타 피드를 보다, 몸매... 아니, 뷰티 인플루언서의 피드를 보며 감탄을 한다. 경이롭다. 아름다운 몸매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몸'은 부단한 자기 관리의 결과물로 존재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몸', '눈길이 가는 몸'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그냥 평범한 몸뚱이 하나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관심과 오지랖을 가장한 비판도 꾸준히 받으면서 살아온 것 같다.


가령 대학 때 유난히 여자를 밝히는 가벼운 남자 선배는 내 다리를 보고 '하체비만, 코끼리 다리'라고 수군거렸고, 옷가게에 가면 '이 옷은 좀 더 마른 분들이 오버핏으로 입는 엇이에요'라는 사실을 가장한 팩트 폭격에는 내 몸이 기준치 미달인 것처럼 느껴지는 차별적인 발언이 담겨 있어 상처를 받곤 했다. 특히나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탄수화물 과잉 섭취와 내 시간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한 운동의 부재는 내가 어디까지 살이 찔 수 있는지 놀랄 만큼 한계를 시험하게 만들곤 했다.

산책 중 만나는 봄 꽃들의 기지개



비만의 경계는 눈바디로 측정된다며 펄렁펄렁한 옷으로 숨겨봤지만, 이제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살이 쪄버렸다. 그리고 결국 건강검진 결과에서 '비만'이라는 명확한 판정을 받아고 그에 수반되는 여러 질병 의심도 덩달아 판정받았다. 발바닥이 아프거나 염증이 자주 생겨 병원에 가도 언제나 의사는 '과체중'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활 습관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결혼을 하며 몸무게의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는 신공을 발휘했다. 심지어 둘째를 낳고 이제 좀 키워 살만해졌는데 몸무게가 둘째 만삭 때 몸무게를 갱신했다. 둘째 임신 때 의사는 노산이 문제가 아니라 체중이 문제라며 30대 후반의 산모는 죽기 살기로 각오하고 체중 관리하고 빼야 한다고 경고했었다. 죽기 살기로 하루를 보내는데, 내 몸뚱이는 도대체 죽기 살기로 안 빠진다.


알고 있는데, 잘 안 되는 것이 다이어트며 운동이다. 날씬한 옥주현의 다이어트 명언 '그 맛이 그 맛, 어차피 내가 다 알고 있는 맛이다', 김사랑의 '세 끼 다 먹으면 살찐다' 같은 말은 극도로 공감하지만 안 먹으면 세상 끝날 것 같이 낙이 없다. 세상 젤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낙이 없는 인생 아닐까? 아무튼 나는 음식이 주는 위로와 즐거움에서 벗어나게 할 쾌락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변명해본다.


시골 살이를 하며 운동할 시간은 늘었는데, 도무지 운동은 하기 싫다. 그래서 정했다. 화요일은 어슬렁어슬렁 이 아닌 분노의 산책으로 남산을 돌아보자고. 이 다짐은 제법 잘 지켜지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 한 시간 운동을 마치고 남산 밑 카페에서 아메리카노가 아닌 카페라테를 마시고 있다. 크로와상과 함께. 주문대 앞에서 아무리 용기를 내도 아메리카노를 시킬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양심상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소도시를 좀 걸어봐야겠다.


아무튼, 화요일은 운동하기로 했다. 적어도 스스로에게 화내지 않을 몸과 체력을 선사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공표하면 실행하게 된다고 했으니 나는 공표한다.

"나! 살 뺄 거야. 식단 조절도 하고, 운동도 해서 스스로에게 화가 치미는 몸은 되지 않도록 할 거야! 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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