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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y 06. 2016

지금 할 수 있는 일

엄마와 여행 1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는 할머니가 되고 나서 함께 떠나게 되는 첫 여행.

내 마음 한 구석엔 엄마에 대한 빚이 있다. 힘겨웠던 날들에 대한 조그만 원망으로 나는 아주 형편없게 엄마를 괴롭혔었다. 어떤 말을 하면 엄마가 아플지 잘 알았고, 조그만 양심의 자책으로  꾹꾹 터져나오지 않게 하려 애썼지만 못된 마음에 엄마를 자꾸만 타박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후회가 돼 가만히 엄마의 손을 어루 만졌다.


가족 여행으로 갔던 파리의 호텔에서 나는 엄마에게 결국 소리를 질렀다.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나의 가시들을 어루만졌다.


둥글둥글해져 나온 나에게 동생이 말했다.

"엄마, 복도에서 울고 있었어. 언니가 다그치는 바람에 샤워가운만 입고 방으로 갔는데 아빠도 샤워 중이라 노크 소리 못 들었나봐. 우리 방에도 못오고 그냥 쪼그리고 앉아 울더라."


가시가 다시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다시 불편해졌다.


여행 중에 엄마가 아팠다.

  공항 리무진에서 내린 엄마가 택시를 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걸어서 십 분도 안되는 거린데 뭘 타냐며, 캐리어가 많아 더 힘들다며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었다. 엄마는 일주일간 앓아 누웠었다.



엄마에게 잘하려고 간 캄보디아 여행에서 나는 엄마의 모든 행동이 못 마땅했다. 이제껏 쌓였던 시간에 더해진 원망이 힘겹게 마련한 시간을 망가뜨렸다. 엄만 결국 눈물을 보였다.  나는 일상에서 멀리 떠나와서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었다.


순간 순간 엄마가 이해되지 않아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었다. 엄마의 잘못으로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다 엄마 탓 같았다.


엄마는 결정을 할 때마다 후회 없다고 말했고,

다 자신이 원해서 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힘들어지면 우리에게 기댔다.

외면할 수 없도록

모른 척 할 수도 없도록.


투덜대면서 엄마가 가여워 옆에 있어 주었다.


그렇지만


착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위로가 되어 주지도 않았다.


그러기엔 내 인생도 그리 넉넉하게 따뜻하지도 않았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도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냥 다 무거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고 견뎠더니 굳은 살이 박혀 마음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인생은 꼭 인과응보도 아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의 못난 모습도,

지우고 싶었던 비합리적이고 우둔했던 과거도 일부로 받아들이며 물 흐르듯 나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나갔다.


그리고 엄마를 안을 용기와 여유가 생겼다.


더 늦기 전

엄마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과거의 미운 나는 고칠 수는 없어도 지금의 우리를 더 나은 모습과 추억으로 남겨 놓을 수는 있으니.


엄마에게 못된 말만 했던 여행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과 험난했던 엄마의 삶에 위로가 돼주고 싶은 마음으로.


많이 웃고 많이 손 잡아 드리리라.


비행기가 날아 올랐다.

엄마는 두 눈을 감았다.

자는 건지 그냥 감고 있는건지 몰라도 두 눈가에 피곤기가 서려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가만히 가만히 엄마에게 얇은 스카프를 둘러주었다.

기내에 실내등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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