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리딩 Apr 24. 2021

내가 바랐던 날마다의 여유

아침 바람이 일었다. 먼 산에 잔 물결이 일었다. 눈 앞의 산에서 바람결 따라 나뭇잎들이 일렁일렁였다. 가만히 숨 쉬는 짐승의 평화로운 가슴처럼, 때론 힘들게 달려온 짐승의 헐떡임처럼.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한참 동안 숲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이 여유임을.



도시에서도 어떻게서든 카페에 글쓰고 커피 마실 시간이 있었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었고, 여행을 다녔고, 친구들을 만났다. 매일매일 여유를 즐길 틈이 있었는데도 나는 굳이 시골에 와서야 여유가 생겼다고 믿고 있었다.


그 여유의 질은 이런 것이었다.

자연과 내가 기거하는 공간의 결을 자세히 바라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  그리하여 내 무의식 속에 잠재되었던 생각과 기억의 뭉탱이를 끄집어낸다. 도무지 이해하고 싶었으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이해할 지력과 여유도 없었던, 삶의 잔재 같은 것들 말이다. 그 무의식을 자각하고 자기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조만간 그것들은 언어화되어 내게 다가온다. 아하..이런 거었구나 싶은 순간의 명료화가 남는다.


이런 과정들은 커피를 마시고 몸을 쉴 여유와는 다른 차원의 여유를 필요로 했기에 일도 쉬고 도시를 완전히 떠나와서야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멈추고, 날마다의 우연을 사랑하면서 잊혔던 생각들을 끄집어내 의미를 곱씹어보는 여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골 라이프, 그것은 분명 나의 정신적 사랑이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