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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y 12. 2021

아직 미숙한 나와, 너, 우리의 사랑법

시골로 내려와서, 아들은 새로운 취미가 생긴 듯했다. 벌레들을 특히나 예뻐했는데 너무 귀여워서 꼭 잡아서 통에 넣고 바라봐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엄마, 무당벌레 잡았어. 딱지가 너무 윤이 나고 예뻐. 어떻게 이렇게 조그말까? 내가 집을 만들어 줘야겠어."


"후야, 네가 만든 집에 무당벌레를 가두면 날개가 있는 무당벌레는 너무 답답할지도 몰라. 먹이도 마음대로 못 먹고."


"내가 나무에 진딧물도 잡아서 밥을 주면 편하잖아."


"무당벌레는 시원한 바람을 좋아할지도 몰라. 통에 갇히면 답답하잖아."


"대신 날아다니면서 모험을 하면 위험할 수도 있잖아. 죽을 수도 있고. 내가 안전하게 보호해줄 거야."



아이는 결국 자신의 관찰 통에 무당벌레를 잡아넣었다.

 폭신한 나뭇잎을 깔고, 진딧물이 붙어 있는 풀을 꺾어 넣어주었다.


그러나 이내 신선한 공기통로라고 말했던 부분으로 무당벌레가 자꾸 탈출하자 아들은 테이프로 막기 시작했다. 꼭꼭 칭칭 둘러 막고나서는   집안은 답답할 수 있으니 마당에서 경치를 보라며 데리고 나갔다. 두런두런 집 안내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당에서 무당벌레에게 참 많이 했다.


다음날 아이는 유치원을 다녀와 무당벌레를 살피다 기겁했다. 무당벌레 한 마리는 죽은 듯했고, 무당벌레 관찰 통 밖으로 진딧물이 포진했다.  어마어마 많아진 진딧물이 징그러울 정도로 통을 에워싼 꼴을 보고서야 아이는 무당벌레를 풀어 주었다.




아이는 그 로도 땅강아지, 하늘소, 달팽이 등 꽂히는 곤충을 보면 통에 넣었다. 그 곤충들 중 아이가 나중에 풀여주기도 해 살아남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갇혀 죽어 나오기 일 쑤였다.


그래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관심사에 따라 자신이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보호해준다는 명목에 따라 생명들을 잡아들였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설득에 못 이긴 척,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것들을 놓아주었다.





 아이를 보며 나는 '곁에 두고 사랑한다는 것.  식대로사랑한다는 것, 내 신념대로 상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방대로, 아이는 아이 방대로, 우리는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한다. 내가 지금 가장 열렬히 사랑에 빠진 존재는 '아이'인데,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내 사랑이 결코 성숙하지 못하다는 걸 하루에도 수십 번 더 느낀다. 그럴 때일수록 성숙한 사랑과 올바른 사랑에 대해 더 곱씹어보게 된다. 특히나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날의 밤에는 생활적 고민에서 벗어나  '사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진정 타인을 사랑하는 법은 무엇일까, 성숙한 사랑은 무엇일까'에 대해.

'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는데, 설렘보다 책임감과 인내가 더 앞선 이 모든 관계를 사랑이라 덧씌우는 건 아닌가?' 제도권 안에서 받은 교육대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표본대로 사랑을 배운 나는 그 틀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때면 괴롭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준화하며 타인대로 살아가는 걸 목표로 삼고 있는데 자각하고 못하고 있을까봐.




 '열정은 세상을 돌게하고 사랑은 세상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 뿐이다'라는 아이스 티의 말이 종종 떠오르는 밤이 있었다.





성숙한 사랑을 해내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사랑도 떠나고, 실연의 상처가 아물고 나면 성숙해지는 사람은 많이 만났다.


어린 시절 동화처럼, 왕자와 공주가 만나, 악을 물리치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의 방점을 지 지금,  나는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결혼해서, 큰 문제없고, 어려움 없이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고비고비 어려움은 있다. 이것이 해피엔딩이 되게 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며 살아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 뿐이다. 쩌면 나는 아이를 다 키워내고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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