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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y 28. 2021

오! 나의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


골프 연습을 마치고,


좀더 걸으려고 했으나 간만의 정확한 일기예보대로 오전 11시가 넘으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집으로 바로 들어가고 싶은 날씨였으나, 조금 망설인 끝에 동네 작은 빵집에서 주말의 메뉴인 팥빵을 사먹고 카페에 가기 결심했다.




따뜻한 라떼를 한잔 시키고 1층에 자리를 잡았다. 하늘에서 수직낙하하는 빗방울의 작렬한 전사를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어디 먼곳에서 번쩍이는 번개와 우렁찬 천둥을 느낀다.  수증기와 수증기, 구름의 무리의 부딪힘이라기 보다, 하나의 격렬한 오페라 같다. 길거리에 무수히 생기는 물 웅덩이의 포효를 보다보니, 아! 이곳은 내가 어린 시절 무수히 쏘댕겼던 그 길이라는걸 새삼 깨달았다.


 참새꼬치와 닭꼬치랑 어묵탕과 홍합탕을 소주와 함께 내었던 포장마차, 잘생겨서 앞에만 서면 내가 어디가 아픈지 잊어버리게 만드는 약사가 있던 약국, 콧물만 나면 엄마손에 이끌려 주사맞고 왔던 김**의원. 그런 곳이 있던 길목을 바라본다.


30년도 더 된 나의 추억과 조우하며 비오는 날을 오롯이 즐기고 있자면 어떤 이들이 커피값 사먹을 돈으로 주식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 우습게 느껴진다.


그 말대로 투자한 나의 주식은 상장폐지되거나 20여년 동안 무수히 적자를 냈으니! 나는 주식과 정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 한잔의 값이 가장 순수한 나의 모습을 만나게 해주고, 둥둥 떠다니며 산발적으로 흩어진 생각을 모아 글로 쓸 여유를 주니, 나는 결코 사치라 폄하하지 않겠다.


 " 저기요. 혼자 커피 한잔 마시며 창밖만 보고 있는 걸로만 보이겠지만, 저는 지금 제 삶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저에겐 커피값 아껴 주식사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투자랍니다. 하하"


완벽한 자립이란, 혼자만의 시간을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치스러운 시간이란, 100% 순수한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 < 운 좋은 사람들이 꼭 지키는 33가지 룰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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