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리딩 May 31. 2021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5살 아들이 공부하는 형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그림보다 아들은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


"이건 엄마 뱃속이야. 여기는 어둡고 깜깜했어. 그런데 내가 엄마 뱃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었어.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안 무서웠대. 둥둥 떠다니며 놀고 있는데, 엄마가 나 보고 싶다고 해서 나왔어. 용감하게 쑤욱 나왔어."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엄마 아빠 사랑해


정말이다.


둘째 녀석은 용감하게 쑤욱 나왔다. 엄마 힘 안 들게 예민한 첫째 눈치 살살 살피며 엄마가 자기를 안아줄 여력이 있고 형이 자기를 안 괴롭힐 타이밍을 아주 기가 막히게 파악해서 울던 신생아였다.


엄마가 형을 먼저 재우는 동안 엄마 등 뒤에 가만히 누워 자기를 재워주길 기다리던 영아였다. 엄마가 자기편으로 돌아누울 때까지 엄마의 머리를 만지면서 자기 손가락을 빨면서.


형이 자라 무던해지고, 이제 동생에게 양보를 하기 시작할 즈음이라 둘째를 먼저 재운 지 오래인데도 아이는 손을 빨고 내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잔다. 그럴 때면 한쪽 가슴이 찌르르 타오른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했어야 옳았을까?


오늘은 둘째의 생일이다.

그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마음을 표현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아들을 돌봐주신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
매거진의 이전글 시골에서 봄을 보낸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