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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ul 21. 2021

답 없는 세상 속, 나의 소신

소신(小信)이 소신(所信) 이 되는 삶

아침나절, 여름 바람에 마당의 나뭇잎들이 살랑거렸다.


'바람이 부는구나. 여름 바람이.

일렁이고 있구나, 아직 선선한 아침 공기가.'


아침부터 무더웠지만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니 마당의 공기가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일종의 청량감이 마음결을 스치자 오늘 하루가 아침부터 행복해졌다. 청소를 하고 집을 나선 내륙의 한여름은, 숨이 막혔다. 습도도 높고 모든 것이 뜨거운 태양 아래 움직임을 포기하고 고개를 숙인 듯했다.  한낮의 시골 동네는 공기마저 움직임을 포기하고  작렬하는 태양에 복종한 듯했다. 그 어떤 움직임도 없는 나뭇잎들을 보며 나는 또 엉뚱하게 '나의 소신'에 대해 생각했다.


노력 없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나의 인생에서.

공부도, 친구도, 결혼도, 부모가 되는 것도.

심지어 사랑을 받는 것도 하는 것도.


아주 작은 재능과 천부적 소질이 숨어 있을까 기대했던 어린 날의 치부가 사라지고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해서 애쓰며 살지 않으면 혼자 설 수 없다는 아주 지극한 사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삶에 대한 나의 노력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직업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직장에서 잘 지내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찌어찌 품을 들인 시간 속에서 내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인생 공부를 하다 보니 또 어찌 소신이 생겼다. 나를 지키기 위한 신념 말이다. 그렇게 내 인생에 작은 믿음을 가다듬다 보니(小信),   굳게 믿고 있는 바(所信)가 되었다. 소신(小信)이 소신(所信) 이 되는 삶이 마땅한 순리인 것처럼 나에게 찾아왔다.



소신이 생겼다고 하여 마음이 굳건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처럼 설거지를 하다가도, 방을 쓸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삶의 방향성에 따른 나의 소신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옳다고 생각해? 후회하지 않고 좋은 선택이 되게 노력할 자신이 있어?"라고.


그러다 흔들림 없는 나뭇잎을 보며 그 어떤 움직임도 없는 거대한 공기덩어리를 느끼며 이런 생각을 하기도 다.

'이런 선택의 흔들림 속에서 내가 가다듬은 소신들이 너무나 확고한 신(盲信) 된다면, 아마 내 인생에 거대한 답답함이 내려앉겠지.


흔들리니까 인생이고,

흔들리니까 소신을 가다듬게 되겠지.

정답 없는 인생이라 다행이야.

이런 나의 삶도 반짝일 수 있으니.


쉬고 싶었던 내 마음을,

자연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 소신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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