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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ul 22. 2021

나를 성장시키는 즐거운 은둔 생활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가급적 많이 걷는다.

 음악도 듣지 않고, 다만 코앞의 공기와, 걸음, 풍경에 집중한다.


 그렇게 너무 많은 정보와, 소문과, 소식들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나에게로 간다. 걸을 때마다  나의 본질,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정보로부터 멀어지는 시간을 가질수록  가슴 안에 응축의 힘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그 응축의 힘으로 내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일도 하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핸드폰도 하지 않는 이 시간 속에서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한 중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동네 유일한 슈퍼마켓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어르신들, 해 질 녘 길가에 의자를 내어 놓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노인들, 숲 속 깊숙이 자신만의 작업실을 순수 만드는 퇴직한 선생님, 스스로 자신의 격을 높이려 갤러리의 문턱도 높인 어느 예술가, 계곡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 사람들,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염탐한다.


그리고,


하루도 같은 빛을 내어주지 않는 하늘, 매번 햇볕의 농도를 응축해서 색을 달리하는 나뭇잎들, 바람에 흔들리는 포플러 나무, 내달리는 계곡의 물에 마음을 뺏긴다.


이 모든 것에 시선이 머물고 나서야, 어느 순간 나의 시선은 내부로 향한다. 늘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고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 그러셨지, 뜬구름 잡는 생각 덕분에 나는 또 허무맹랑하지만 재밌는 삶의 한편을 살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내 뜻을 지지해주는 남편과,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지. 나의 허무맹랑한 마음은 늘 꿈을 꾸게 하지. 그 희망의 끈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내부의 시선은 늘 감사함과 희망으로 마무리되지.


지금 나에게 성장이란,

부를 이루는 것이나 커리어를 쌓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할 수 있다. 시골에서 은둔하며, 나만의 시간을 내어 걸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바는 바로 내면의 단단함이다. 여유가 있어야지만 집중할 수 있는 내 마음의. 힘이 나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은둔의 시간을 가지고서야 나는 비로소 책상 앞에 앉아 은둔의 시간 동안 떠올랐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을 향해 진심으로 웃으며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남편을 향해 따뜻한 시선으로 그의 사소한 이야기를 소중히 들어줄 수 있게 된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있으면, 소란스러운 생활도 소란스럽지 않게 된다.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에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태도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며 마음결이 단단해졌기 때문이리라.


그래, 근본적으로 내 마음이 자꾸만 조용한 시골로 끌리는 이유는 이런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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