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리딩 Jul 27. 2021

엄마, 아빠의 데이트장

이 남자, 너무 재미없어요.

 더운 여름, 좁은 집  안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다퉜다. 형아가 먼저 밀었네, 동생이 먼저 눈을 흘겼네, 내껀데 허락없이 만졌네, 어쨌네, 아들 둘은 상대방의 행동 하나하나 다 마음에 안 든 것 같았다. 반복되는 자잘한 다툼에 인내의 한계가 와서 빽 소리를 지르고, 남편과 함께 단 둘이만 있고 싶다고, 우리들은 밖에 나갈테니 너희끼리 싸우든 말든 하라고 냅다 질렀다.


아이들은 엄마의 갑작스런 고함에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다가 황급히 장난감을 정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가지 마세요. 둘이 데이트 하게 우리가 데이트 장을 만들어 줄게요."


따라나간다거나, 싸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줄 알았는데, 둘만의 난데없는 데이트장이라니. 스케치트장도 아니고, 수영장도 아니고 데이트 장이라니!! 그 단어가 귀여워 웃고 말았다.


"여기 시원한 선풍기 앞에 이렇게 앉아요."

"손님, 커피 드릴까요? 물 드릴까요? 오늘은 물이 맛있어요. 너무 덥거든요."

"간식은 뭐 드릴까요? 토마토가 제일 맛있어요."


아이들은 순식간에 카페 놀이에 몰입했다.

포인트는 싸우지 라였는데, 둘이 있고 싶다는 것에 아이들은 삘이 꽂힌듯 했다. 아이들이 차린 데이트 장에 남편과 멀뚱멀뚱 앉았다.

"우리는 저 방에 있을 테니까 둘이서 데이트 해요."


하하하.

남편은 진이 빠진다는 듯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와...진짜 재미없다. 여기요!

이 남자랑 데이트 재미없어서 못하겠어요."


라고 말했더니 빼꼼이 문 사이에 우리를 지켜보던 아들 둘이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와, 자기들 장난감을 주며 이걸 가지고 놀면 안 심심하다고 말 했다.


우리는 그래도 재미없다고 하자, 맥빠진 얼굴로 아들 둘이 말했다.


"아...영화 좀 찍어봐요. 둘이 너무 재미없게 노네."

"둘이 사랑하면 데이트 해야지요! 노력하세요!"


그 말에 우린 또 웃어버렸다. 노는 걸 잊어버린 어른들처럼, 데이트를 잊어버린 연인들처럼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데이트장에서.


작가의 이전글 언제나 걸려 넘어지는 건, 뜻밖의 작은 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