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리딩 Jul 24. 2021

언제나 걸려 넘어지는 건, 뜻밖의 작은 돌

식구들 저녁을 차려주고 잠깐 누워있다 나오니, 남편이 아들 둘을 데리고 경천섬으로 운동 나갔다. 아마도 아니 너무나 확실한 배려였다.


날 선 하루였고, 자꾸만 기운이 빠지는 날이었다.

열대야로 잠이 잘 안 오는지, 다섯 살 둘째는 자꾸 내 머리를 잡아당기며 심리적 안정을 취하려는 탓에, 나는 아들에게  머리채를 잡혀 화들짝 잠에서 깼고 진득이 베어 나오는 땀에 잠을 설쳤다. 내가 새로 시작한 일에 자신이 자꾸 없어졌고, 스무 살 새가슴처럼 자주 주눅 들었다. 심란한 날 긍정의 에너지를 주던 동네 친구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고 아무런 연락 없는 카톡만 몇 번을 들락거렸다. 나만 그 자리에 머문 느낌이 드는 것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


뜨거운 여름 해를 이기지 못하고 작은 텃밭의 옥수수가 깡말랐다. 아침저녁 모기에 무섭게 뜯기며 물 준 보람도 없이 말라죽은 작물들 옆, 파밭의 파는 구멍이 숭숭 났다. 대지의 열기에 아랑곳 않고 개미들은 드글거렸고, 무섭게 자라나고 있지만 식구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고추를 따다 벌레에게 온몸이 뜯겼다.



알 몇 개 달라지도 않은 옥수수를 찌며 뜨거운 방안 열기 속에서 나는 벌레 물린 곳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약을 발라도 온 몸이 간지러웠다. 그 간지러움 때문에 너무 우울했다.


아들 둘은 자꾸만 좁은 방 안에서 싸웠다. 누가 잘못했는지  자꾸만 따지다 때리고 치고받고 싸우고...


자꾸만 도돌이표 찍는 느낌의 힘 빠지는 더운 날,

작은 것들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


아이들의 싸움, 모기 물린 자국, 반복되는 다이어트 실패... 언제나 걸려 넘어지는 것은 일상의 사소함이다.


집안을 정리하고 해 질 녘 산책을 나오다 하늘의 노을을 보며 또 행복해져 이렇게 절로 생각하고 말았다.

 사소함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또 사소한 것으로 금방 일어나게 된다.


 달렸다. 빠르게 달렸다.

집에서 멀어질수록 사소한 불행에서 멀어졌다.

 마음에 반짝 희망이 번졌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스스로 극복할 기회를 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