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 저녁을 차려주고 잠깐 누워있다 나오니, 남편이 아들 둘을 데리고 경천섬으로 운동 나갔다. 아마도 아니 너무나 확실한 배려였다.
날 선 하루였고, 자꾸만 기운이 빠지는 날이었다.
열대야로 잠이 잘 안 오는지, 다섯 살 둘째는 자꾸 내 머리를 잡아당기며 심리적 안정을 취하려는 탓에, 나는 아들에게 머리채를 잡혀 화들짝 잠에서 깼고 진득이 베어 나오는 땀에 잠을 설쳤다. 내가 새로 시작한 일에 자신이 자꾸 없어졌고, 스무 살 새가슴처럼 자주 주눅 들었다. 심란한 날 긍정의 에너지를 주던 동네 친구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고 아무런 연락 없는 카톡만 몇 번을 들락거렸다. 나만 그 자리에 머문 느낌이 드는 것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
뜨거운 여름 해를 이기지 못하고 작은 텃밭의 옥수수가 깡말랐다. 아침저녁 모기에 무섭게 뜯기며 물 준 보람도 없이 말라죽은 작물들 옆, 파밭의 파는 구멍이 숭숭 났다. 대지의 열기에 아랑곳 않고 개미들은 드글거렸고, 무섭게 자라나고 있지만 식구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고추를 따다 벌레에게 온몸이 뜯겼다.
알 몇 개 달라지도 않은 옥수수를 찌며 뜨거운 방안 열기 속에서 나는 벌레 물린 곳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약을 발라도 온 몸이 간지러웠다. 그 간지러움 때문에 너무 우울했다.
아들 둘은 자꾸만 좁은 방 안에서 싸웠다. 누가 잘못했는지 자꾸만 따지다 때리고 치고받고 싸우고...
자꾸만 도돌이표 찍는 느낌의 힘 빠지는 더운 날,
작은 것들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
아이들의 싸움, 모기 물린 자국, 반복되는 다이어트 실패... 언제나 걸려 넘어지는 것은 일상의 사소함이다.
집안을 정리하고 해 질 녘 산책을 나오다 하늘의 노을을 보며 또 행복해져 이렇게 절로 생각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