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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ul 23. 2021

나에게 스스로 극복할 기회를 주자

더운 여름날, 텃밭일을 할 시간은 길어야 2시간 정도. 해질 무렵에야 잡초를 뽑고, 고추를 따고, 시든 꽃들을 정리하고, 상추도 솎아낸다. 아들이 호스로 텃밭 구석구석 물을 주고 나면 우리는 땀범벅이 되고, 벌레에 물려 온 몸이 간지러워진다. 아이는 그것보다는 자신이 초봄에 심어 하루가 다르게 열매를 맺는 채소들에 온 마음을 쓰고 있다.


흙바닥에 떨어다시피 한 토마토를 똑 따서, 나에게 건넨다.

"꼭 엄마 닮아 예뻐."

아이의 손안에 쏙 들어갈 것 같은 단단한 토마토를 뒤집어 보니, 생채기가 있었던 자리에 굳은살이 박혀 있다.


"뭐야, 못 생겼네. 흠집이 있었나 봐, 이 부분이 매끈하지 않잖아."


"다칠 수도 있지, 그래도 뒤집어 봐 봐 완전 매끈매끈 이뻐. 똑바로 하면 이런 상처가 있으니까 깜짝 놀라겠잖아."


"그렇네 반전이네. 이것 봐. 엄마가 딴 깻잎도 정말 다 벌레들이 구멍을 내놨어. 깨끗이 씻어서 먹어야겠어. 토마토는 수프를 끓여보자."


"와 신난다! 엄마, 벌레가 먹었단 건, 우리가 약을 안쳐서 그런 거래. 벌레도 이겨낸 걸 우리가 먹어서 더 몸에 좋다고 할머니가 그랬어."


"맞아. 얘네들도 똑똑해서 벌레가 침입하면 방어기제를 발동한대. 벌레가 자기들 못 먹도록. 그럼 몸에 좋은 항산화 성분이 더 나온대. "


텃밭 채소를 길러본 사람은 안다. 비료 없이 키운 작물이 얼마나 품에 비해 수확량이 적은 지. 얼마나 약 없이 키운 작물이  벌레에 취약한지. 우리들의 손바닥만 한 마당에선 강한 생명들이 자라고, 어찌할 수 없으면 못 견디고 죽는다. 덤덤히 그 순리를 보면서 매일매일 조용하면서도 쉼 없이 소란스러운 생명들의 숭고함을 받아들인다. 식물이 저러할진대, 하물며 우리들이야.


어렸을 땐, 나의 실수가, 모자람이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자꾸만 자존감이 낮아졌었다. 생채기 하나에도 무력감이 생기고, 이런 상태로 평생 머물고 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미리 앞섰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생각이 마음에 머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에서 누가 아무리 도와주고, 힘을 줘도 그건 나의 문제였다.


마흔둘, 나의 소원은 글을 잘 쓰는 것이다.

맘만 먹으면 잘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평생 책 읽고 국어교육 전공으로 밥벌이 하니 펜만 들면 제대로 쓸 줄 알았다. 막상 써보니, 맘 같지 않고 영원히 이 상태일까 좌절도 된다. 늘 보통의 삶이라고, 어중간하다고 자책했는데 글쓰기조차 그럴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잘하고 싶은 글쓰기조차도 감히 도전할 엄두가 안 났다. 누군가 겨우 이렇게밖에 못쓰냐고 할까 봐.


 나는 요즘 무수히 많은 생명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태함과  어중간함을 극복 중이다. 타인의 시선도. 나만의 색을 가지도록, 나의 흠을 자세히 마주하며 스스로 극복할 기회를 가지는 중이다. 스스로 극복할 시간을 주는 수밖에 답이 없다. 아마, 이 시간이 흐르면 마당의 텃밭 채소들처럼 단단하면서 재밌는 꼴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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