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을까 봐 걱정되는구나. 엄마가 모아둔 돈도 좀 있고, 아빠가 벌어서 우리에게 보내주기도 하고. 대신 이제 아껴 쓰긴 해야 해. 돈벌이가 준 만큼 쓰는 돈도 줄이면 돼."
내가 휴직하고 아이와 시골로 내려오니, 아이는 제일 먼저 '돈'에 대해 물었다. 충분히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당장 출퇴근하는 사람이 집에 없으니 (우리가 외진 시골집에 있다고 당분간 함께 있어주시는 외조부까지 아무도 출근을 안 하니) 불안하긴 했나 보다.
사실 나조차 이렇게 쉬어도 되나, 불안하긴 하다.
금요일 밤이었다.
아끼는 로봇 한 두 개는 빼고 장난감을 자신의 가방에 열심히 담으며 아이는 키득댔다.
"혼자 어디 가려고?"
"엄마! 나한테 기막힌 생각이 있어."
"뭔데?"
"우리 집에 돈 버는 사람이 없잖아. 우리는 많이 먹고, 아빠는 돈 번다고 너무 멀리 떠나 있고. 그래서 내 장난감을 팔기로 했어. 토요일이면 우리 학교에 놀러 오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거기서 내 장난감이랑 책을 팔면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야."
"물건을 팔려고?"
"응. 엄마가 집에서 쉬니까 내가 돈 벌어야지. 엄마 걱정하지 마."
그리고 한 계절이 또 지났다.
아이는 맛있는 외식을 배불리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에 또 먹고 싶단 이야기를 했다. 돈을 모아서 또 가자는 나의 말에 대뜸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 대회에 나가세요. 팔씨름 대회라든가, 씨름 대회라든가. 뭐 그런 대회에 가면 돈도 주고 선물도 주잖아요."
"엄마가 나가야 해? 엄만 대회에 자신 없는데... "
"에휴~ 그럼 내가 나갈게. 내가 나가서 돈 벌어올게. 내가 지면은 진우가 나가고. 우리가 져서 상금 못 받으면 할머니가 나가고."
"대회 나가는 게 우리 집에 돈이 없을까 봐 그래?"
"응. 아무도 돈을 안 벌잖아. 우리는 많이 먹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데. 아무도 돈을 안 벌어. 이제 우리는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니고 아주 낡고 낡은 시골집에 살게 됐고, 엄마도 일 안 하는데 내가 우리 식구들 먹여 살려야지. 사랑하는 식구들이니까."
"엄마가 쉬는 동안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아 놓았어. 돈을 쓰는 만큼 엄마가 일해야 하는데, 엄마는 돈 쓰는 것보다 너희랑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서 잠깐 쉬는 거야. 너희는 금방 자라니까,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 게 좋을 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너무 돈 걱정 안 해도 돼. 엄마가 버는 돈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지 돈 때문에 너희와 함께 할 수 없는 건 싫어.
그래도 돈은 살면서 꼭 필요한 거니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선후가 집안일을 도우면 엄마가 너에게 하루 일당을 줄게. 그렇게 돈을 모아보자. 돈이 넉넉히 있으면 후도 마음이 든든해질 거야."
일곱 살 아들 마음 한 켠에는 생계 걱정이 한 무더기 있었나 보다. 도시에서 원하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을 바로바로 사던 삶에서 이제는 물질적인 것에서 한 발 멀어진 삶을 살게 된 생활의 간격 때문이었을까,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던 어린 시절이 한 뼘 지나갔기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