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리딩 Sep 21. 2022

우리의 통장을 채워보아요.

40대 부부의 교환일기 2

남편의 편지

오늘까지 선박은 대체 휴무로 인해 쉬고 있어요. 출항하고 피로가 덜 풀렸는데 2틀 연이어 휴식을 취하니 체력 회복도 되어 오랜만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침에 내가 내 자신에게 했던 다짐이 있어요. 바로 간단한 영어 공부와 운동. 오늘도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이 한 말인 "카르페디엠"을 상기하며'오늘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쓰려고 노력 중이네요. 이른 아침부터 활동을 하면 하루가 더욱 길게 느껴져요.


요즘 신문이나 뉴스 좋은 소식은 없는 거 같아요.

물가가 올랐다, 환율이 또 고점을 뚫었다, 주식과 부동산은 고점 대비 마이너스다 등.

작년과는 사뭇 다른 상황에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을거라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의 지금 투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짙구요.


그러나 나는  가치투자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에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요.  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보유한 여유 자금으로 투자 대상을 확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투자 대상을 잘 선정해야겠죠.

다행히 지금까지 큰 손해는 없고 최근  수익도 실현했으니 내가하고 있는

투자가 잘못되지는 않았구나 생각이 들어요.


내가 투자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 믿고 지지해준 당신에게 항상 고맙죠. 그러나 사실 걱정도 되요. 투자라는 것이 확신을 두고 공부해도 무조건적인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니까요.  내 판단이 틀릴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 가끔 내 자신에게 물어봐요.

지금하는게 맞는건지.


투자에 대한 질문은 곧잘 내 소신과 철학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요.  투자를 해야 하는가, 나는 왜 돈을 버는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아이들의 경제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가.

오늘도 공부하기 전에 그 물음을 상기해봅니다.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마음을 바꾸어서 공부하고 잘 대응을 하면서 자산을 모으는 시기라

생각할께요.

올해 목표금액 달성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동안 잘 해 텅장이 되지 않도록, 통장에 차곡차곡 노력과 공부와 성실의 결실이 쌓이도록 해보겠습니다.



한국으로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보고 싶네요. 오늘도 그리움과 보고픈 마음 또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면서 글을 마칠요.



나의 편지


어렸을 때부터 '돈'을 부정적으로 봐서 오로지 적금만 드는 아빠와 '돈'을 성급히 좇다 남은 것이 없는 엄마를 보고 자랐어요. '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머리 아픈 돈 문제, 불행을 곧잘 몰고 오는 돈, 나는 초연해지고 싶은 돈문제를 두고 외면했어요. 그저 먹고 살수만 있으면 되지 싶어서.


그런데 부모가 되니까 '돈'이 없으면 마음의 표현도 망설이게 되고,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 혼자 먹고 면 만족했던 내가 40년된 구축 아파트에 전세로 살 때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햇빛이 들지 않아 굴같은 위치, 무너지는 방바닥 때문에 걸을 때마다 서걱거리던 시멘트의 촉감과 소리. 그것들은 우리가 좀더 싸게 집을 구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죠.

 몇 백만 더 있으면 햇빛이 들텐데, 조금만 돈이 더 있으면 편편한 바닥에서 아이가 걷고 기어다닐 수 있을 텐데. 그런 마음들이 쌓여서 '돈 공부' 하자! 라는 마음으로 이어졌지요.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한 돈을 이해하고 모으고 필요할 때 잘 쓰는 자세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걸 마흔이 되어서야 제대로 이해했어요.


또 하나, 간절함.

나는 당신이 돈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승선한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당신의 꿈을 위해 항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혹시라도 지쳐서 하선하고 싶을 때,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가장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하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돈공부 할게요.


선생님을 안하면 나는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무엇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는 내 오랜 숙제였어요. 나는 오늘 당신의 편지를 받고 생각합니다. 나는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끝까지 내가 즐거운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