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걷다가

by 다다리딩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걸었다.


병원에서 정해준 몸무게가 이미 훌쩍 넘어버려 걸을 때마다 숨이 찼다. 시간이 좀더 지나 더 완연하게 꽃들이 피고지고 나뭇잎이 짙어지면,

그러면 곧 출산이다.


걷다 보니 그 길이다.


5년 전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홀로 걷던 그 길.

봄빛이 너무 싱그러워,

개나리가 노랗다 못해 짓궂게 색을 흘려서,

바람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힘없이 휠체어에 앉아 있기만 해... 서기만 해도 후들거렸던 두 다리가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져서,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던 그날의 낮.


나는 살아 남았고, 그래서 기뻤고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이제는 좀 다르게 살거라고 다짐했던 그 때.




시간은 흘러,

그 기쁨은 일상이 되었다.


무덤덤해지고 가끔 삶이 지루하다못해 비루해질 때도 있었다.

그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던 남자와 결혼을 했다.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뿐이다.


오늘, 그 길에서 한 할아버지가 푸른 하늘 높이 연을 날리고 있었다. 꽃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상하다 싶을 발성으로 한 청년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지나가며 이런 게 인생이지 싶었다. 뜬금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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