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어쩌면말이야. 난 안 괜찮은 건지도 몰라.

자기 연민

by 다다리딩

누군가 별 의미없이 잘 지내냐고만 물어도 눈물이 난다.


나는 늘 괜찮았다.


괜찮다라는 스펙트럼의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약간 우울하고 피곤할 때도, 불안할 때도 곧장 담담해지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요 며칠, 이유없이 갑자기, 시도때도 없이


툭, 하고 눈물이 자주 난다.

밥 먹다가도, 쨍하니 맑은 하늘만 봐도, 길을 걷다가 작은 돌맹이 하나 툭 건드려도,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매달려도. 나는 눈물이 난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있는 것인지, 왜 마르지 않는지 어렸을 적 한동안 궁금해할 정도로 울보였다. 울보는 어른이 되어서는 한참 참아온 눈물을 이제 밖으로 보내야 웃을 수 있다는 듯 어린 아이처럼 서럽고 서러워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갑자기 세상 주부 중에 내가 젤 불쌍하게 느껴진다.

어린이집 보내지 않고 삼시 세끼 자연식으로 정성껏 식사를 차려 고 작은 입에 넣어주는 것도, 휴직하고 아이를 안고 하루종일 책 읽고 산책하고 빈둥대는 하루를 선택한 것은 분명 나인데.

그런 삶이 하루 아침에 버겨워 마치 남편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 같아 울컥한다.

일에 치인 남편은 코골며 자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한숨을 쉬며 일어나 앉는다. 아이는 며칠 째 배앓이 중이다. 남편은 아이를 안고 한숨을 쉰다. 그 한숨의 무게가 서러워 눈물이 시작 되었다.


바보같은 자기 연민.

뭐가 그리 서럽다고.

뭐가 그리 힘들다고.


스스로가 가여워 한참을 서럽게 울고

빈약한 자아를 긁고 긁으며

바닥을 치는 서글픔을 끌어안고 한참 있노라면,


어느 순간

눈물이 그친다.


'이제 됐어. 부정적이고 나약한 생각들

정화가 됐어. 그러니 이제 그만 일어나 스스로를 돌보고 챙기자.'



비움이 필요해서 였는지, 지금 순간이 함부로 버겨웠는지 내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긴 힘들지만 지독하고 찌질한 자기연민의 시간이 지나가면, 확실한 것은 개운해 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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